△ BTN불교TV의 '이상벽의 이야기쇼 붓다야 붓다야'에 출연한 탤런트 이숙. 160cm도 안되는 작은 키에 소녀 같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환하게 웃으니 신기생뎐의 악독한 '지화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그녀는 '신기생뎐'의 인기에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가 끝날까봐 걱정일 정도예요. 처음 대본을 받아 봤을 때, 주인공 엄마인 것을 확인하고 경악했어요. 잠이 안 올 정도였다니까요. 연기 생활 30년 만에 이런 역할은 처음이었거든요.
봉은사에 가서 불공도 드렸어요. 드라마도 잘 되고 저도 좀 뜨게 해 달라고요. 부처님의 가피였는지 드라마도 잘 되고 저도 좀 뜬 것 같아요.“

이숙에게 불교는 아주 특별한 인연이다. 사회 문제로도 대두되는 연예인들의 우울증, 자살.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생을 포기하는 동료들의 일은 이숙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우울증은 너무 당연한 거예요. 오히려 우울증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특이한 거죠. 아마 100% 다 우울증을 겪을 겁니다.
저는 불교와 인연을 맺으면서 우울증을 이겨냈습니다.. 불교를 믿으면서 제 마음을 컨트롤을 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이숙은 공채 성우 출신이다. TV 방송국이 개국함에 따라 성우에서 연극배우, 다시 MBC 공채 탤런트로 한 단계 한 단계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미남, 미녀만 탤런트가 될 수 있었던 시절,

예쁘지 않은 외모가 연기생활에 불리하게 작용했지만 그녀는 오직 자신감 하나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 얼굴이요? 못 났다?? 상관없어요. 생긴 건 중요하지 않아도 생각해요. 연기에 대한 마인드, 자신감이 중요한 거죠. 별명도 ‘못난이’였어요. 감독님들이 절 ‘못난아, 못난아~’하고 불렀지만 그 때도 상관 안 했어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요.”

MBC 공채 탤런트가 되기까지의 사연에서도 그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성우로 데뷔했지만 곧 비디오 시대가 열리고, 그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MBC에서 공채 탤런트를 뽑는다는 소식에 지원서를 받기 위해 방송국을 찾았다고 한다. 대기하던 순서대로 번호를 받으면 수험번호 170번 대. 그러나 이숙은 지원서를 나눠주는 직원에게 250번을 줄 수 없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제 행운의 번호가 250이거든요. 2+5+0 이 바로 럭키 세븐이잖아요. 동경하는 방송국으로 꼭 럭키 세븐의 행운을 가지고 합격하고 싶다고 했더니 직원분이 250번을 주더라고요.”

250번의 행운이었는지 이숙은 서류 전형과 카메라 테스트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면접을 통해 합격의 당락이 결정되는 순간, 면접관은 이숙에게 ‘너는 어떤 배역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당시의 유명한 여배우들이 맡았던 배역들을 언급했지만 이숙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선배들이 해 온 연기패턴이 아니라 수다스러운 중년 여성, 포주, 노파역할을 훌륭히 해서 그런 연기로 승부를 걸겠다.”

이숙은 면접실의 문을 닫고 나오면서 이미 합격을 예감했다고 한다. 이숙은 아직도 신문에 난 합격자 명단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에 ‘초심’이라는 글귀를 걸어두고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그 때의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자신을 '노탈(노래하는 탤런트)'이라고 칭하는 이숙. 정식으로 앨범을 내고 가수로 변신한 그녀는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에도 큰 열정을 지니고 있다. 명창 고 김소희 선생을 찾아가 4개월 동안 판소리도 공부했다는 그녀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이숙은 어릴적 웅변의 선수였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웅변을 시작했다. 수백, 수 천명 앞에서 웅변을 하면서 담력을 키웠고 남.녀 혼합 웅변대회에서도 1등을 차지할 정도로 소질을 보였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이숙의 어릴 적 꿈은 정치인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그런 그녀의 꿈을 이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2번의 도전이 결국 싪패로 돌아갔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정치인을 위한 도전은 경제적인 부담을 가져온다. 남편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뜨자 남은 가족들은 그 잔재를 떠안아야 했다.

“남편의 장례식 때 최불암 선생님이 왔었어요. 그 때 최불암 선생님이 국회의원이었거든요. 선생님 가슴에 달린 국회의원 뱃지가 순간 너무 부러운 거예요. 선생님께 그 뱃지를 빌려 남편 영정에다가 올려놨어요. 남편에게 ‘저 세상에서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라’고 말해줬죠.”

최불암은 뱃지를 다시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입관을 한 남편의 관을 열어 그 뱃지를 넣어주었다. 그 때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큰 결례의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사과를 드렸다고 한다.

이숙은 20년 전 사별 후 아직도 혼자 산다. 남편이 세상을 떠났을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딸은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 이숙은 이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사별 후 힘들었지만 혼자서도 아이들을 다 키울 수 있었다. 그녀는 노력하면 모든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그녀는 출판사에서 ‘인연법’에 대한 원고 청탁이 받았다고 한다. 이숙은 자신이 키웠던 푸들의 이야기를 썼다. 남편을 잃고 외로워하던 중, 가수 송대관의 집에 놀러 갔다가 푸들을 하나 선물 받았다는 이숙, 그녀는 원래 개를 좋아하지 않고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함께 살게 된 강아지가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 3-4년을 키우다가 강아지가 암으로 죽기까지.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인연법에 의해 인연이 되어 그 어느 누구보다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그 빈자리를 지금은 새 들이 채워주고 있다. 베란다 실외기로 날아오는 새들에게 먹이를 주며 비둘기와 까치들과 인연을 쌓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상궁, 도우미 아주머니 등을 연기했던 것은 PD들이 명배우를 알아보는 눈이 없어서 그랬을 뿐이라며 환하게 웃는 탤런트 이숙. 항상 넘치는 자신감으로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여 낙천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를 보니 세상 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매우 단순하고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가장 해 보고 싶은 연기로 당당하게 ‘아이리스의 김태희’를 뽑은 그녀. 김태희까지는 아니어도 드라마 신기생뎐을 터닝포인트로 그녀의 연기 인생에도 즐거운 변화가 있기를 응원해본다.

글, 사진 =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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