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직지심체요절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보다 100여 년 앞서 이미 금속활자 기술이 있었는데요. 당시에 인쇄한 책은 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중 하나가 금속활자본이라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기획보도 ‘남명증도가,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에 도전하다’ 첫 번째 순서로 공인본에 나타난 금속활자 인쇄 특징을 정리했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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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선종의 깨달음 경지를 시로 노래하고 풀어낸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고려시대 무신정권 최고 권력자였던 최이는 이 책에 ‘1239년 각공들을 모집해 금속활자본을 다시 새겼다’고 발문을 남겼습니다.

금속활자로 찍어낸 책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377년 간행된 직지심체요절이지만 이보다 100여 년 앞서 이미 금속활자 기술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렇지만 국내에 전하는 <남명증도가>는 모두 조선시대에 목판으로 찍어낸 후쇄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서지학 권위자인 박상국 동국대 석좌교수가 보물 제758-2호인 남명증도가 공인본에서 금속활자 인쇄 특징을 다수 발견했습니다.

박상국 / 동국대 석좌교수
(작대기 같이, 철편 같이 보이는 너덜이가 목판본에는 있을 이유가 없고 새길 이유가 없는 겁니다. (금속활자본은) 깔끔하게 주조가 안 됐기 때문에 (생긴 겁니다.))

박상국 교수에 따르면 공인본은 목판본에서 볼 수 없는 활자가 움직인 자국이 드러나고, 미흡한 주조기술로 인한 농담의 차이와 획의 탈락이 두드러집니다.

게다가 같은 판본으로 먼저 인쇄됐다고 평가받은 보물 제758-1호인 삼성본과 비교했을 때 삼성본에는 탈락한 부분이 공인본에는 선명하게 인쇄되기도 했습니다.

책장의 네 변을 의미하는 광곽의 경우, 삼성본에서 결락된 부분 가운데 공인본이 멀쩡한 부분은 무려 56곳이나 확인됐습니다.

또한 공인본이 후쇄본이라면 흐릿한 글자를 손수 고쳤을 때 원본을 참고하기 때문에 틀리지 않아야 하지만, 다른 글자로 잘못 가필한 흔적도 보입니다.

박상국 / 동국대 석좌교수
(삼성본에는 무(舞)자로 바르게 돼 있는데, 공인본에는 이게 안 보이니까 파(波)자로 잘못 필사했습니다.)

박상국 교수는 지난 2015년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문화재청은 공인본이 목판본이라는 데 무게를 실었습니다.

하지만 공인본이 금속활자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추가적인 연구가 나오면서 최초의 금속활자본 논쟁이 다시 불붙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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