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의 탄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티베트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달라이라마가 지난 3월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정치적 수반의 자리에서 물러난 후 많은 이들이 이후의 티베트가 어디로 갈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달라이라마 자신은 행복한 기대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한국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BTN 불교TV의 단독취재에 응한 달라이라마를 지난 주말(4월 29일) 동경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났습니다.[편집자]

△인터뷰에 답변하는 달라이라마.

달라이라마 없는 티베트의 미래

최근 티베트인들은 다람살라에 있는 자치정부 새 총리로 미국 하버드 법대 출신의 40대 정치인을 선택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티베트 총리격 ‘칼론 트리파’는 43세의 롭상 상게. 롭상 상게는 망명 티베트인이 참여한 투표에서 5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투표는 티베트가 공식적으로 종교를 벗어나 순수 민간통치 시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티베트는 4세기부터 정교가 일치된 나라. 달라이라마는 티베트 국민들에게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로 절대적 권위를 지켜왔다. 2001년부터는 각종 정부문서에 서명만 하는 상징적 권한만 행사할 뿐 실질적인 망명정부의 모든 통치를 총리에게 맡겨 왔다. 그나마 명목상의 권한도 지난달 새 총리가 선출되면서 완전히 손을 뗐다. 때문에 사람들은 달라이라마가 없는 티베트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BTN불교TV는 일본 대지진 희생자 특별천도법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달라이라마를 직접 만났다. 포스트 달라이라마 시대, 티베트 운명은 모두의 관심사. 하지만 달라이라마는 여유와 기대에 차 있었다.

달라이라마는 망명정부라는 용어 대신 달라이라마 정부라는 말로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달라이라마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책임과 권한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달라이라마는 다시 조용한 수행자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러나 달라이라마가 없는 티베트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서인지 스님은 티베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역할과 관련해 “그동안 개인적으로도 피곤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사람들의 걱정을 알고 있다. 나는 이제 법문하고 수행하는 자연인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티베트의 인권과 정치적 상황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나서서 도울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지금 매우 행복하고 자유롭다”며 환하게 웃었다.

△BTN불교TV와 단독인터뷰하는 달라이라마.

“우리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뤘다”

4세기부터 정교일치 국가인 티베트는 중대한 시험대에 들어섰다. 달라이라마의 통치를 받던 티베트인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서구식 민주주의 정부 아래서 정치적 실험을 시작한다. 영토가 없이 국민만 있는 정부의 고된 시련이 시작되고 있다. 아직도 티베트인들은 지구상에 있는 어느 나라로부터도 정식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티베트의 정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른 특수성을 가졌다. 중국은 공산화된 이후 티베트를 지속적으로 위협했다. 달라이라마의 존재와 권위를 인정하는 듯 했지만 곧 태도를 돌변해 1950년 라싸를 점령하고 티베트를 복속시켰다. 달라이라마는 1954년부터 55년 사이에 마오쩌둥과 공식 비공식적으로 최소 12번을 만났다. 외교적 협상을 원한다던 중국공산당은 티베트의 해방을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가했다. 1959년 티베트 봉기로 수만 명이 숨지는 가운데 달라이라마는 인도로 강요된 망명길에 올랐고, 그는 오히려 지금껏 전 세계인의 영적 지도자로 존경받고 있다.

아직도 티베트인들의 독립 의지는 그대로고 중국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철저한 감시상태의 라싸는 티베트인들에겐 거대한 감옥이다. 최근엔 티베트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수행자의 소신공양 모습이 외신을 타고 전 세계로 알려졌다. 긴장한 중국정부는 스님들과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정신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당이 임명한 달라이라마를 내세워 망명정부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

지구상 유일한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정치적 난관을 타개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 만큼 달라이라마는 새 지도자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새로 선출된 총리를 망명정부의 총리가 아니라 중앙행정부의 정치적 리더라고 부른다. 공식적으로 우리는 망명이라는 절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정치수반이 공식적인 용어다. 티베트는 전 세계적으로 난민공동체가 많지만 인도에 특히 많다. 우리는 그런 공동체를 대표할 중앙정부가 필요하다. 2001년 전까지 교육 경제 보건 등을 책임질 중앙정부의 권한과 책임을 내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로 나는 사인만 하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이젠 새 총리가 뽑히고 그마저 완전히 새 총리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달라이라마 정부’는 없다. 우리는 이제 완전한 민주주의를 이뤘고 그래서 더 기쁘다. 장기적으로 이는 티베트인들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티베트는 비록 4세기에 세워진 오래된 나라지만 나름의 장점이 없지 않다. 수행과 전통을 바탕으로 국민들을 이끌어 온 우리 정부의 장점을 더 크고 훌륭한 나라들이 배웠으면 좋겠다. 작고 오래된 정부지만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내 작은 소망이다.”   
 

한편, 달라이라마는 이번 만남에서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한국인들을 위해 봉축메시지를 영상으로 전했다. 달라이라마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BTN을 통해 한국불자들이 좀 더 현대적 사고와 현대적 방식으로 변화할 것을 당부했다.
 
이번 달라이라마의 일본 대지진 희생자 천도법회와 BTN 단독인터뷰는 오는 1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특집 프로그램으로 불자들을 찾아간다.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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