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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소참법문' 청해 스스로를 경책한 스님들

사진1. 선원 문 앞에서 좌선하고 앉아 있는 스님 

밖은 엄동설한(嚴冬雪寒)이지만 문풍지 너머 가부좌 튼 신참의 코 끝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다. 

의심하고 또 의심해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화두를 들어보지만, 방안 고요함과 달리 머릿 속은 또 다른 나와 쉼 없이 씨름을 한다. 

이제 해제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조급함 때문인지 젊은 수좌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져 간다. 

방 한 쪽. 간절하고 사무친 마음으로 판치생모(板齒生毛) 화두를 들어, 깊고 맑은 기운의 화두정락(話頭定樂)을 맛본 구참은 삼매에 빠져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사진2. 동국선원 외경 

남도의 세찬 바닷바람도 결기에 찬 수좌들 기세에 눌려 슬그머니 비켜지나는 곳.  동국선원(東國禪院)이다. 

수백년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힘이자 원동력인 선방, 그 유서 깊은 선방 중 하나인 동국선원은 우리나라 가장 남쪽 땅 끝에 자리잡고 있다.  

죽비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동안거 방부를 들인 십여 명의 스님들이 매일 10시간 이상 정진 중이다. 

'차의 성인'이라 불리는 초의선사를 비롯해 서산대사의 법맥이 전해진 대흥사는13명의 대종사와 13명의 대강사를 배출한 수행도량이다. 

사진3. 동국선원 편액  

추사 김정희가 유배를 마치고 한양으로 가는 길에 들러, '도가 성할 곳'이라며 '동국선원'이란 친필 편액을 남겼단다.  

점심 공양과 포행이 이어지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고요함으로 들어갈 시간.  

잠시 둘러 앉아 선원의 어른인 유나 스님에게 부족한 공부를 묻고 점검받는다.  

소참법문(小參法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공부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은 없는지 어른에게 점검받는 시간을 갖는 것은 옛 부터 내려오는 승가의 오랜 전통중 하나다. 

사진4. 동국선원 정진하는 대중 모습. 

그때그때 선원 대중 분위기에 알맞는 내용이 법문에 오르는데 마음가짐에서 부터 경험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이렇게 때를 정하지 않고 수시로 격식 없이 묻고 답하는 소참법문이 동국선원에서는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특히 명절이라는 이유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쓸릴 법도 한데 지난 섣달 그믐과 새해 아침에도 선원 대중이 둘러앉아 소참법문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고민을 털어 놓는 '독참'. 시시때때 일어나는 의문에 답을 듣는 '보청' 등. 소참의 시간들은 경계에 부딪힌 이들의 벽을 깨고 진일보한 성취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사진5. 유나 정찬스님 원샷 

지난 임인년을 정리하는 마지막 날. 

유나 정찬스님은 "선의 황금기라 불리는 당, 송 시대 고승들의 수행 이야기와 순천 송광사에서 방장 구산스님을 모시고 정진했던 경험담을 대중들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자칫 마음이 들 떠 산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연말연시를 소참법문을 청해 들으며 스스로를 경책한 동국선원 대중들. 

이렇게 웃어른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묵묵히 수행하는 납자들이 있는 한 천 칠백년을 이어 온 한국불교는 절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지만 전국 곳곳에 수많은 스님들이 안거를 통해 함께 수행정진하면서 한국불교의 명맥을 계승하고 있다.  

불자들이 우리 불교에 환희심과 희망을 갖는 이유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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