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부터 근현대 선지식 영가법문 수록

〔앵커〕

신라시대 원효스님부터 근현대 한국불교의 획을 그은 선지식들이 남긴 영가법문이 책으로 다시 발간됐습니다. 백중을 앞두고 조계종 원로의원 무봉 성우 대종사가 쓴 <영가천도법문>이 26년 만에 증보판으로 나왔는데요. 삼성전자 고 이건희 회장을 위한 영가법문도 수록됐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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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이승을 떠난 영가에게 저승길을 환하게 밝혀주는 등불이 되는 영가법문.

오래전부터 눈 밝은 종사들은 육신을 벗어난 영혼에게 부처님을 대신해 공덕을 쌓게 하고, 두터운 업을 풀어주는 법문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영가법문은 오도송이나 열반송처럼 일반인들이 기록을 찾기 어려워 쉽게 접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선지식들의 영가법문을 한 데 모아 엮은 책 <영가천도법문>이 26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발간됐습니다.

조계종 원로의원 무봉 성우 대종사는 신라시대 원효대사부터 현대사회 선지식의 영가법문을 모아 글로 정리했습니다.

원효대사는 신라 십성 중 한 명인 사복의 어머니 49재 법문에서 “유정 무정이 개유불성으로 부처 아닌 것이 없다”며 “한 중생 초발심에 법계가 진동하고 은밀한 작은 행도 하늘에 적힌다”고 말했습니다.

책 <영가천도법문>은 1, 2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1권은 이처럼 옛 고승들이 남긴 영가법문이 수록돼 있습니다.

또한 고려시대 문인이었던 이규보와 정몽주, 조선시대 임금이었던 인조와 숙종이 쓴 제문도 담았습니다.

<영가천도법문> 2권은 20세기와 21세기 한국불교의 획을 그은 선지식들의 영가법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금산사와 내소사 서래선림 조실로 주석했던 해안봉수 스님부터 퇴옹성철, 동곡일타, 숭산행원 스님 등 내로라하는 한국불교 명안종사의 영가법문을 모았습니다.

이외에도 조계종 현 종정 진제 법원 대종사의 영결사와 얼마 전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위한 스님들의 영가법문도 눈길을 끕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진관사에서 봉행된 고 이건희 회장 49재에서 “올 때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고, 갈 때 또한 빈손으로 간다”며 “오직 자신이 지은 업만 따라갈 뿐”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