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행자이자 선각자, 교육자였던 만해스님의 정신이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세계시민주의’에 부합한다는 연구논문이 나왔습니다. ‘조선불교유신론’과 ‘조선독립이유서’ 등 스님의 저술에 담긴 사상을 집중 분석했는데요, 100여 년 전 만해스님이 품었던 ‘세계시민정신’을 윤호섭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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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종교인이자 수행자, 독립운동가, 교육가, 정치가로서 근대 한국사에 큰 자취를 남긴 만해스님.

<조선불교유신론>과 <조선독립이유서> 등 불후의 저술을 펴내며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평화를 주창한 만해스님과 세계시민성의 접점을 연구한 논문이 나왔습니다.

한국종교교육학회가 펴낸 <종교교육학연구> 제71권에 실린 ‘만해 한용운의 세계시민성 탐색’.

저자인 동국대 K학술확산연구소 김은영 연구초빙교수는 인류 공동체를 강조하는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담론이 없던 20세기 초, 만해스님의 생애와 활동에서 세계시민성을 찾았습니다.

김은영/동국대 K학술확산연구소 연구초빙교수(전화인터뷰)
(이웃종교 동료학자들과 한국종교의 세계시민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해보자는 논의를 했었습니다. 그 와중에 평소에 관심이 있던 만해스님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세계시민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저자는 <조선불교유신론>에 나타난 만해스님의 평등주의가 근대적 언어로 자유주의나 세계주의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이 시기 조선불교 개혁을 위한 열정과 실천적 지성은 있었지만 민족불교나 민족의식의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부연했습니다.

하지만 9년여가 지나 수감생활을 하며 집필한 <조선독립이유서>에서는 민족주의를 넘어 세계평화에 대한 지향이 드러났다는 게 저자의 설명입니다.

세계시민주의를 진보의 한 과정으로 본다면 만해의 세계시민성은 이미 이룩했지만 여전히 지향해야 할 이상향이라는 겁니다.

김은영 / 동국대 K학술확산연구소 연구초빙교수(전화인터뷰)
(이런 보편적 평화주의를 바탕으로 한 만해스님의 이상과 실천은 세계시민성의 지향점과 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연구가 지속돼서 불교의 보편성이 더욱 널리 알려지길 기대합니다.)

민족의 자립이라는 당면과제를 풀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으면서도 소속과 경계에 매이지 않는 보편적 평화를 추구한 만해스님.

지금의 지구촌이 추구하는 연대와 공존의 가치는 100년도 더 앞선 선각자가 부르짖은 것과 같았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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