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나무 박사’로 유명한 산림학자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가 조선 후기 250년 간의 산림 황폐사를 추적해 책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를 출간했습니다. 전 교수는 잘못된 조정의 산림 정책과 낙후됐던 양묘·조림 기술 등 때문에 조선의 숲이 사라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최준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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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일반적으로 조선시대에는 산림이 울창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산림은 급격히 황폐화돼 조선 말기에는 대부분 민둥산이 됐습니다.

평생 산림연구에 몸담은 전영우 국민대학교 명예교수가 조선 산림 황폐화의 원인을 낱낱이 추적하고 책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를 출간했습니다.

전영우 /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이거는 산림학을 전공한 제가 해야 할 일이라서 시간을 들여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우리 사회에, 적어도 교수라고 평생을 살아 왔기 때문에 할 도리 아니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전 교수는 조선의 숲이 고갈된 이유에 대해 새로운 견해를 제시합니다.

지배층의 안이한 산림 인식과 이기적인 산림 이용, 양묘와 조림 기술의 부재, 부실한 제재 도구와 운송 수단 등 다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전영우 /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지금껏 한국 학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톱에 대해서 신경을 쓴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서문에 이 내용을 제일 먼저 “양묘가 없어서 숲이 망가졌다면, 톱이 없어서 우리 숲이 결딴이 났다면 오늘날 사람들이 믿겠느냐”라고 서문의 서두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상세한 분석을 위해 전 교수는 많은 문헌 검토와 고증을 거쳤습니다.

특히 정조 시대 퇴역 무인이었던 노상추의 일기가 조선 후기 민간과 사찰에서의 산림 육성과 상황을 생생히 전하는 주요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용적인 분야에 관심이 없었던 성리학자들은 산림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고, 19세기 농업 백과였던 ‘임원경제지’에는 1,000여 종의 조선 수목 중 60여 종만 수록됐습니다.

책은 조선의 후진적이었던 산림 정책과 기술을 상세히 분석하고 낱낱이 밝혀내면서, 현대의 산림 정책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습니다.

전영우 /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이제는 좀 더 지혜롭게 정책을 결정해야 된다. 안 그러면 조선의 산림 정책을 반복할 수 있다. 우리는 숲을 옳게 경영한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암중 모셔가듯이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책 ‘조선의 숲은 왜 사라졌는가’는 무지와 무관심이 만들어 낸 조선의 산림 파괴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오늘날 산림 관리의 중요성과 방법론을 현대인에게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BTN 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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