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남명증도가’ 삼성본과 공인본의 판본이 서로 다르다는 내용의 논문이 국내학술지에 실렸다는 소식 지난 1월에 전해드렸는데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인본이 삼성본보다 인쇄시기에서 앞선다는, 기존 문화재위원회의 판단을 뒤집는 논문이 국제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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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문화재위원회는 2012년 <남명증도가> 공인본이 먼저 보물로 지정된 삼성본의 후쇄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로 삼성본보다 질이 떨어지는 인쇄상태, 나뭇결 등의 흔적을 제시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립니다.

그런데 삼성본과 공인본의 판본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인쇄시기 또한 공인본이 앞선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 <heritage>에 수록됐습니다.

지난해 국내학술지 <보존과학회지>에 서로 다른 판본으로 인쇄됐다고 주장한 공학자인 미국 웨이퍼마스터즈 대표 유우식 박사의 논문입니다.

유우식 / 웨이퍼마스터즈 대표
(국내에서는 이미 다 (공인본이 후쇄본이라는) 결론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관심이 없었던 거고요. 해외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전개를 해서 다른 사람들이 인쇄순서라든지 시기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 해도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유우식 박사는 이번에 삼성본과 공인본뿐만 아니라 보물 지정이 되지 않은 반야사본과 대구본을 더해 활자를 비교했습니다.

그는 ‘가리킬 지’자가 4번 등장하는 제36장 전엽에서 부수인 ‘비수 비’자가 공인본을 제외한 다른 인쇄본에서 획이 단순화되며 마치 ‘머리 두’자처럼 변한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쇄상태가 좋지 못한 공인본을 따라 다시 번각하면서 각수들이 글자의 흠결을 옮겨오다 생긴 현상이라는 겁니다.

이외에도 제11장의 ‘찾을 멱’, 제17장의 ‘이을 속’, 제25장의 ‘언덕 안’자를 대조해 네 가지 인쇄본의 차이를 밝혔습니다.

유 박사는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인쇄순서가 공인본-반야사본-대구본-삼성본 순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대구본이 인수대비 발문에서 1472년에 간행된 것으로 앞서 밝혀져 공인본과 반야사본이 이보다 먼저 인쇄됐고, 가장 빠른 공인본이 금속활자본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유우식 / 웨이퍼마스터즈 대표
(호기심을 가지고 한 4년 동안 계속 여러 가지 판본을 비교 검토한 결과를 가지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한테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들이 납득하고 게재에 흔쾌히 동의해줬다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문화재위원회 결정으로 사실상 더 이상 논의의 진전이 없는 <남명증도가> 판본 연구가 다시 한 번 국내에서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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