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발상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불교 사찰 여주 주어사와 광주 천진암.

정약용, 이벽, 권철신 등 남인계 유학자들이 조정의 눈을 피해 몰래 천주교 강학을 하던 곳으로, 스님들이 장소를 제공했습니다.

최근 광주시가 천진암·남한산성 등을 천주교 순례길로 지정해 사업을 진행하려 하자, 불교계가 반발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천주교의 불교 역사 지우기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전국비구니회는 오늘 ‘주어사-천진암 종교공존위원회’를 구성하고 현황과 앞으로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본각스님 /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비구니회에서 이것을 시작하는 것은 6천 비구니가 이 일을 너무 몰랐다고 하는 자성의 마음이 큽니다. 비구니 스님들께 교육하고 같이 행동하고 그래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저력을 지금부터 교육하고 같이 인식해 가야 되겠습니다.)

현재 천진암과 주어사는 모두 폐사돼 터만 남아 있지만 폐사의 원인과 경위는 기록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천주교의 첫 강학회가 천진암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근거로 천주교 수원교구가 천진암을 성지로 1975년부터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어사도 천진암과 같이 천주교의 자생적 발상지로 규정하고 산림청으로부터 부지를 임차한 상태입니다.

민학기 / 변호사
((주어사·천진암을) 한국 천주교의 자생적 발상지라고 합니다. 세계 어느 천주교를 가도 신부가 와서 세례를 주고 복음을 전파하기 전에 천주교가 시작된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천주교에선 주어사·천진암이 굉장히 보물 같은 존재입니다.)

전문가들은 천주교와 공생을 추구하며 불교의 터전을 인정받고 불교 유적으로서 복원이 같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아직 주어사-천진암 외에 불교 유적 중 다른 성지화 사례는 없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병두 / 종교평화연구원장
(단순한 건건의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으로 큰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톨릭의 성격을 이해하고 의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서 손 흔들고는 하지 말고 차분하게 문제점을 지적해야 합니다.)

비구니회는 오는 26일 이병두 원장의 특강, 다음달 포럼 개최 등 비구니스님들을 대상으로 사안에 대한 교육을 진행합니다.

또한 현재 서울 절두산에 있는 주어사 해운대사 의징 부도비의 복원을 여주시청에 요청하고, 현장 순례, 자료집 발간,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BTN 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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