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찰 인근 야산에 오래 전 매립된 쓰레기들을 치우다 구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한 스님이 있습니다. 서울 정릉 삼원사 주지 선각스님이 구청의 허가 없이 국유림을 무단으로 건드렸다는 게 이유인데요. 성북구청은 해당 부지를 포함한 일대에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스님이 이를 무단으로 방해했고 현장조사 당시 쓰레기는 보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관청이 할 일을 개인이 공익적 차원에서 했음에도 위법행위로 규정돼 곤혹을 겪고 있습니다. 윤호섭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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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천일기도 관음도량 삼원사.

삼원사 경내지와 인접한 야산에서 흙을 파내자 언제 묻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삼원사 주지 선각스님은 지난 2019년 이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내다 구청으로부터 고발을 당했습니다.

허가 없이 국유림 땅을 파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선각스님은 이전에 구청을 찾아가 사찰 인근에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돼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며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스님에 따르면 당시 구청 관계자는 예산이 없다고 답했고, 스님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쓰레기를 치우고 싶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선각스님 / 정릉 삼원사 주지
(성북구청에서 나무를 식재할 때는 당연히 그 밑에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 식재하는 게 맞는데 치우지 않았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치워야하지 않겠습니까?)

구청 측은 해당 부지를 포함한 일대에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며, 스님이 이를 무단으로 방해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구청 관계자는 당시 현장조사 결과 야산에 매립된 쓰레기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땅을 파보니 낡은 신발과 굵은 전선, 유리조각, 부서진 기왓장 등 다량의 쓰레기들이 나왔습니다.

결국 법적으로는 선각스님이 국유지를 무단으로 파낸 것이 맞지만, 공익적인 차원에서는 구청이 하지 않은 일을 개인이 한 셈입니다.

선각스님 / 정릉 삼원사 주지
(주위 환경이 너무 더러워서 쓰레기를 치우고자 한 것일 뿐인데 고발을 당해서 너무 억울합니다. 저 쓰레기는 치워야 되지 않겠습니까?)

구청의 고발 조치로 선각스님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스님은 개인 이익이 아닌 지역 환경을 위한 일을 하고도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이를 문제 삼은 지자체의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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