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쉽게 만나기 어려운 스님들을 만나는 시간, BTN NEWS가 올해 새롭게 준비한 기획보도 <만나고 싶었습니다>입니다. 오늘은 부처님이 출가한 출가재일입니다. 출가재일을 맞아 결제, 해제 법회가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없는 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지유스님의 출가 이야기와 삶의 지혜를 들어봅니다. <만나고 싶었습니다>가 찾아간 첫 번째 스님 지유스님입니다. TV를 통한 인터뷰는 BTN NEWS가 최초일 것 같은데요. 이은아 기자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재가불자를 대상으로 법회를 여는 문경 포암산 관음사에서 금정총림 방장 지유스님을 만났습니다.
 
소담한 방에 어디에 앉아서도 가림 없이 스님의 가르침과 표정을 듣고 볼 수 있을 만큼의 소박하고 낮은 법상 높고 크게만 보였던 총림방장이라는 기존의 관념과 벽을 일순간 허물어 놓았습니다.

법상에 앉아마자 작은 것 하나까지 흐트러짐 없이 정리하는 모습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스님의 일상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깨달음, 선정의 세계로 들어가기 전 입정에 대한 안내로 시작된 스님의 법문은 불자가 아니어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또 명확했습니다.

SYNC-지유스님/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내가 남보다 나은 위치에 있고 남보다 많은 것을 갖추고 지식을 많이 얻었다 해서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고 멸시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없다. 왜?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깨달음의 자리를 얻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으냐? 그래서 일단 쉬어라. 몸도 동작을 쉬고 마음속에 폭 박혀 생각하고 있던 것을 마치 바쁘게 쫓아다니고 있던 몸을 쉬듯이 머릿속의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어떤 생각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상태가 돼보라. 도를 깨달아야겠다, 성불해야 되겠다 그 모든 생각에서 벗어난 자기를 만들어 보라
                      
한 시간여 법회가 끝나고 마주한 스님은 마치 옆집 할아버지처럼 더 따뜻하고 편안했습니다.

대중과 같은 자리에 앉아 안경을 벗었다 쓰길 반복하고 여러 차례 알람을 맞추며 정확한 시간에 맞춰 손님에게 대접할 커피를 내리는 모습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고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연한 커피향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스님의 커피 한 잔에 마음까지 내려놓은 불자들은 수행하며 마주했던 벽과 의문점을 격 없이 꺼내놓고 답을 구했습니다.

한 시간여 소참법문이 끝나고 오랜 기다림 끝에  출가이야기로 스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SYNC-지유스님/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모친이 일본에서 가져온 옷가지를 팔아서 생계유지하며 살다가 가만히 앞으로 희망을 생각해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때 마침 어떤 노인들이 저 산에 처사들이라 하던데 얘기가 희한해 서산대사, 사명대사, 원효대사, 대사 대사 하는데 다 중이라 하더라고 그 때부터 중이 되고 싶어가지고 절에 가서 공부하면 늦으니까 불공하러가서 예불하는 것도 익여야 할 것 같아서 석문의범 빌려서 노트에 베껴 외우고 책을 돌려주고 처음으로 범어사 미륵암으로 갔어요.)

193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파일럿의 꿈을 키워오던 스님은 해방 직후 귀국해 18세가 되던 해 범어사 동산스님을 은사로 출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 아니면 공부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행자기간을 보내고 열아홉에 비구계를 수지한 스님은 한국 전쟁을 맞으며 또 한 번 중대한 삶의 고비와 마주하게 됩니다.

미륵암에 들어온 빨치산에 도반스님과 함께 처형 위기에 놓인 겁니다.

SYNC-지유스님/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빵 쏘면 내 가슴 어디에 구멍이 뚫리고 아프겠지... 아파도 별 수 없잖아요. 그래도 담담하게...하나, 둘, 셋 하면 총알이 날아오는 겁니다. 그 때 큰놈부터 먼저 처형하라 이렇게 나왔어요. 그 스님이 나보다 크거든 그 때 그 스님이 잠깐 기다리시오. 죽을 때 모습을 보고 공부 잘했다 평가를 하는데 우리는 일하다 작업복으로 이렇게 되겠습니까? 절대 도망갈 사람들 아니니까 줄 풀어주면 법당에서 가사장삼 입고 앉아있을 테니 죽이든 마음대로 하시오. 그러니 대장이 그 소리에 감동한 겁니다. 죽을 때까지도 승려의 정신을 버리지 않는 것은 우리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도 인민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고 있다. 오늘 총살 중지 그렇게 돼서 살았지.)
 
출가해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스님에게 반대로 종단에서는 출가자가 감소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더니 스님은 예상지 못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SYNC-지유스님/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그건 출가를 안 해도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겠죠.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렇지 않아요? 출가 안 해도 됩니다.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둔해서 출가하고 나서야 알아차리고...)

시간에 쫓기고, 넉넉하지 않아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 불행하다고 말 하는 현대인에게 스님은 진정한 행복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있고 불안하지 않을 중심이 있는 깨달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YNC-지유스님/금정총림 범어사 방장           
(밥을 얻어먹을 발우 한 개 몸에 걸칠 가사 한 벌 그게 유일한 재산입니다. 거지 치고 이렇게 가난한 거지가 어디있어요? 그런 부처님 보고 불쌍하다 가난해서 박복하다고 합니까? 안 하죠? 가장 행복하다 이럽니다. 우리는 행복이라 하면 돈도 많고 가족도 있고, 명예도 있고 권력도 이렇게 갖춰야 행복이라고 하잖아요? 실제 그렇겠어요?)
BTN NEWS 이은아입니다.

BTN불교TV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