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에 서울 봉은사에 머물며 판전 현판을 썼던 추사 김정희가 조선불교와 불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간화선과 이를 제창한 대혜종고, 교외별전의 근거가 되는 삼처전심을 비판했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 남동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추사 김정희는 입적하기 며칠 전 봉은사에서 삭발 수계하고 비구가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반일독서 반일좌선’ 수행생활을 지속했으며, 원시불교 수행을 대표하는 〈안반수의경〉 수행을 만년에 자주 권장하고 실천했습니다. 

선교일치의 수증을 실천한 불자 추사가 간화선과 이를 제창한 대혜종고, 교외별전의 근거가 되는 삼처전심을 비판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박건주 전남대 사학과 강사는 〈선문화연구〉 제17집에 수록된 논문에서 “추사의 간화선 비판은 조선불교와 불자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나온 것”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습니다. 

(전화인터뷰) 박건주/ 전남대 사학과 강사
((간화선이) 달마선 이래에, 또 대승선법의 기본 선리에 어긋난다는 것이고 이익은 적고 (다른) 수행법을 가로 막는다는 겁니다.)

본래 달마선에서 출발한 선불교가 후대로 가면서 본래의 정통성에서 벗어나 선어록을 금과옥조처럼 받들고 경전공부는 무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는 겁니다.

(전화인터뷰) 박건주/ 전남대 사학과 강사
(여러 대승불교에서 갖가지 방편으로 이런 법문 저런 법문을 설해서 그 뜻을 이해하면 선리가 터득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지해, 알음알이에 빠지면 안 된다 해서...)

나아가 간화선에서는 짤막한 어록 내지 공안 가운데 화두라는 단어 하나에만 묶이게 했지만, 대혜종고 등은 달마선보다 뛰어난 행이라고 선전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전화인터뷰) 박건주/ 전남대 사학과 강사
(화두 하나에만 너무 매달려서 대승불교의 기본 선리를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 의문만 타파하면 큰 깨달음이 열리고 백천삼매가 열리고...)

추사는 당시 선가의 대표적 종장이었던 백파스님과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지만, 석전과 만암 등 백파의 제자들 이름을 미리 지어줄 정도로 따뜻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BTN뉴스 남동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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