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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은 실패의 소산”‥도조가 기동규1300도 가마 속 흙이 흐르는 순간 포착‥독창적 작품 세계서도 호평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만신창이가 되었던 몸. 뼛속까지 다시 일으켜 세워 작업을 재개하기까지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은 집요했습니다. 죽은 듯 웅크리고 있던 흙덩어리를 빚고, 숨쉬는 것 지켜보고, 불을 다스려 구워낸, 새 생명과도 같은 이것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 순간이 다시 주어진 것에 감사의 포효를 터뜨리곤 합니다. 새옹지마처럼 삶은 절대적인 희망의 순간도 절망의 순간도 없는 것입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우리는 희망을 꿈꿀 수 있고 환희에 찬 희망의 순간에도 겸손함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불변의 진리겠지요. 삶도 흙도 변화와 불변이 충돌하는 부조화 속의 조화를 오롯한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일 테지요.”

도조가 기동규, 흙이라는 평범함에서 작품이란 생명을 불어넣는 도예가 기동규. 그는 단순한 도예가라 불리지 않는다.


“미술의 영역으로 분류하자면 제 작품은 ‘도조’ 라고 합니다. 도자기조각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고열의 가마를 거쳐 온 흙의 질감을 찾을 수 없다. 어떤 작품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이 역동적이며 때론 답답한 속에서 비집고 나오려는 울부짖음과 절규가 느껴지기도 한다. 언 듯 나무나 금속처럼 보이기도 한다.

경주예총 창간호에도 도조가 기동규의 작품에 대해 “뭉크의 ‘절규’를 대할 때 같은 가련하고 당혹스런 느낌을 주기도 하고, 록 음악을 들을 때 같이 거칠면서도 시원스런 힘과 반항성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작품의 비틀림과 너무나 자연스런 흙의 흘러내림이 반대로 실패의 소산이라니 더욱 놀랍다.


“제 작품 처음 대하는 분들이 재료가 나무나 금속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흙이라는 재료가 지니고 있는 많은 가능성에 대해 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기법은 우연에서 나왔습니다. 아니, 실패의 소산입니다. 십 수 년 전 가마에서 작품들을 꺼내는데, 한 작품이 형태가 일그러지고 쳐져서 다른 작품들과 겹쳐 있더군요. 그런데 그 선이 멋지고 아름다운 거예요. 왜 이렇게 작품이 흘러내려버렸는지, 흘러내린 것이 실패작이 아니라 아름다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기까지 도조가 기동규는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뒤틀리고 흘러내리고, 질감을 살리기 위해 흙을 배합하고 가마 속의 시간을 조절하며 그의 삶처럼 절망을 인내하며 희망을 찾아나갔다.

“흙을 빚고, 건조시키고, 1,300도 가까운 고온에서 구우면(이걸 소성 과정이라고 한다)형태가 처음 그대로인 게 일반적인데 이 작품들은 작품 바깥 쪽 직선 이미지는 그대로이지만, 곡선을 이루는 기물은 소성과정에서 흘러내리도록 흙배합을 한 것이죠. 그런데 너무 흘러내려 형태미가 없어도 안 되고, 덜 변형되어 밋밋해서도 안 되는 아름다운 선을 나타내기 위해 1,300도 가까운 가마 속에 앉아 있는 작품의 흙이 흐르는 시점을 순간 포착하듯 잡아내야 합니다. 아주 눈이 빠질 정도가 되죠.”

그래서 그의 작품은 조각이다. ‘도자기조각’


정형화된 도예의 작품에서 실패를 작품으로 만들어낸 기동규의 ‘도자기조각’의 새로운 작품세계는 지난날 오랜 병상에서 다시 일어나 희망을 빚어낸 그의 삶과 다름아니다.

“벌써 십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 땐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깨어난다 해도 걸어 다닐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 못할 만큼 큰 사고를 당했었죠. 다시 작품하기까지 오년이 걸렸네요.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은 절망감이 밀려올 때도 많았지요. 고행도 그런 고행이 있을까 싶어요. 병상에 있는 동안 노트에 습작도 많이 했지만,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항상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거지만, 동시에 이 순간이 다가 아님을 생각해야 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단 열매를 맛볼 수 있는 거잖아요. 물 흐르듯 조화롭게 그러면서도 한계상황을 뛰어넘을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죠.”

그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는 한국을 떠나 세계에서도 호평을 받기 시작했다. 포항 국제아트페스티발 대상, 전국기능경기대회 동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과 한일 도예대학 추천 초대작가, 한국정예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서울오픈 아트페어, 한국미협전 외 8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는 지난 000 홍콩 아트페어에 초대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변화가 갖는 유동성, 신비함 혹은 예측불허로 인한 불안함.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이 주는 안정감과 지루함과 한계가 반복되며 충돌하는 듯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삶. 그러나 그 어떠한 획일화된 말로도 정의내릴 수 없는 것들도 마음을 열면 흙먼지와 인간과 우주 모두를 볼 수 있겠지요. 존재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솟구쳐 일으켜야만 하는 희망이 우리들 안에 있습니다. 늘 변하고자 합니다. 또한 변치 않는 흙과 같은 이 자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기동규 작가

청주대학교 공예학과 졸업
통인화랑 기획 초대전 등 개인전 5회
포항 국제 아트페스티발 대상
경기 국제 도자 비엔날레 입선,청주 국제 공예 비엔날레 입선
아트페어 (독일 퀼른 ) 등 4회
한국 정예 작가 초대전
한ㆍ일 도예 대학 전시ㆍ추천작가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정예작가 초대전
KBS1 드라마 ‘별도 달도 따 줄게’ 작품협찬
한국 미협전 및 단체전 100여회 출품
현) 한국미협, 포항예술문화연구소, 토화회 회원
주소)경북 경주시 외동읍 입실3리 981-5 세인도예연구소
TEL (054)746-0181


하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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