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전철우 고향랭면 전철우

거리에 ‘전철우의 평양랭면’ 간판이 우후죽순이 생겨나더니 어느 순간 또 사라졌다. 몇 년간 조용하다 싶더니 이번에는 홈쇼핑을 통해 비지국을 팔고 갈비를 팔아 대박이 났다. 우리에게 전철우는 낯설고 재미있게 이북말을 쓰는 방송인에서 북한의 특색을 살린  식품을 파는 성공하는 사업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그는 북한에서 독일에 유학까지 보내 준 인재 중에 인재다. 북한의 김책대학(공대)을 나와 국비로 동독까지 갔던 그가 왜 남한을 택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사업가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일까.

“평양에 있는 대학을 가는 것 자체가 북한에서는 성분이 매우 좋다는 이야기예요. 학비부터 생활비, 유학비까지 모두 정부에서 대 줬으니까요. 처음에 독일에 가서는 일 년 동안 사람들이 김일성을 모른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동독의 풍요로운 생활이 보고도 믿겨지지 않았고요. 한 6개월 동안은 너무 괴로웠어요.”

△ BTN불교TV에 출연한 방송인 전철우. 남한에 와서 가장 먼저 듣고 싶던 말이 '사장님'이었다는 그는 이제 정말 어엿한 '사장님'이 되었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끈질긴 성격이 지금의 전철우를 만들었다.

“독일로 유학을 올 때는 ‘북한을 어떻게 발전시킬까.’에 대한 책임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88년 서울 올림픽을 보고 나서 ‘듣던 것과 다르게 남한이 잘 사는구나.’를 느끼고 울컥했죠. 그때부터는 완전 반정부 성향이 되었습니다. 체코, 러시아, 동독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북한도 조만간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해 자본주의를 배우자 싶어서 89년에 넘어오게 되었습니다.”

남한으로 넘어온 그는 각종 방송에 출연했다. 간첩신고 113이 거리 벽보마다 붙어있던 시절이었다. 방송을 통해 생생히 전해지는 북한 사투리에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덕분에 여러 방송사에서 출연섭외가 들어왔고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들과 함께 방송을 하게 되었다.

"방송국에서 집이 가까워 코미디언들이 우리 집에서 밥을 자주 먹었어요. 어느 날 최양락이 ‘냉면 사업을 하면 잘 되겠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전유성에게 간판 이름을 부탁했는데 한 3-4일 고민하다가 전화가 왔어요. ‘철우랑 랭면이랑 같이 왔시오’로 하라고.그런데 간판 이름으로는 너무 길어서 ‘전철우 고향랭면’을 간판을 달고 문구를 길게 해서 썼죠.
 
또 어느 날은 이봉원이 '가게 종업원들 다 북한식으로 저고리를 입히고 다 배지를 달아.' 그래서 얼른 '전철우 만세' 같은 뱃지를 만들어 달았더니 대박이 났어요.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다 왔었어요. 일종의 교육이었죠. 손님들 지나가는 골목 마다 북한말도 써 놨고. 선배님들의 아이디어가 좋았죠."

사실 그는 독일에서 남한에 넘어올 때까지도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독일에서도 워낙 북한 학생들은 공부를 잘했고, 그 어떤 나라의 학생들과 비교해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회가 아니었다. 남들 다 무너지는 IMF 때 ‘평양랭면’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곧바로 자신의 외로움을 빌미로 한 사기꾼에게 걸려 전 재산을 날려버렸다.

"빚으로 아파트와 차까지 경매에 넘어가고 아는 형에게 빌붙어 살면서 그 선배와 함께 다시 ‘황해도식 돼비지탕’을 홈쇼핑에 걸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몇 번 방송도 없었는데 ‘전철우의 평양식 양념갈비’를 방송하게 되면서 다시 재기하게 되었죠. 홈쇼핑을 한지는 이제 6년이 넘었습니다."

그는 원래 종교가 없었다. 한국에 온 초기에는 기독교에서 접근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그것은 김일성 주체철학과 다를 바가 없었다.

"김일성이 기독교를 배겼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비슷해요. 영적 생명에 대한 이야기나 무조건 믿어라 등 너무 똑같아요.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인데 또 공부해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처갓집이 불교 집안이예요. 불교는 강요를 안 하니까. 좀 소홀할 정도로 놔두니까 부담이 없었어요. 와이프 따라 절에 가다보니까 스님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어요. 스님들과 차도 마시고 대화도 나누고... 그러다보니 불교와 가깝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은 쉴 틈이 없다. 벌려 놓은 일들이 많다. 가맹점들의 돈 벌이까지 걱정해줘야 하니 어떨 때는 부담감이 심하다. 그렇지만 가족이 큰 힘이다. 6년 전에 탈북하여 남한으로 온 누나 내외와 조카까지.

"예전에는 외로움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새벽에 통일전망대까지 달려가곤 했었죠. 그러고 나면 며칠 동안 눈물로 지샜어요. 지금은 예전만은 안 해요. 잊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커서 아빠한테 잔소리할 때 너무 좋아요. 술 먹고 집에 가면 ‘냄새 나니까 치카 치카해.’ 이런 잔소리가 너무 행복해요. 행복한 가정에서 힘을 얻는 것 같아요."

BTN 이진경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