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N불교TV '전무송의 나의 삶 나의 불교'에 출연한 최완수 연구실장

“사발을 엎어 씌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소라 껍데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할머니는 잘 모르니 스님께 여쭤봐라 하셨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스님께 여쭤보니 스님이 당황해 하셨어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내가 듣기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나무 밑에서 수행을 했는데 그 보리수 열매가 떨어져 쌓여서 그렇다고 하더라.’
어린 내가 듣기에 그건 아닌데 싶었습니다. 더 여쭤봤자 제대로 된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내가 밝혀야지.’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결국 이뤄내게 되었죠.”

철들기 이전부터 불상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소년은 결국 서울대 사학과에 진학을 했다. 집안이 굉장히 엄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릴 적 부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가친척이나 웃어른이 와서 절을 시키면 절대 하지 않았다는 똥고집 소년이었다. 아마 이런 고집불통의 성격이 꾸준히 불상을 연구하는 일에 일조 했을 것이다. 또한 고집도 고집이지만 그 다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와 불상은 전생부터 맺어진 인연이 아닌가 싶다.

“난 부모복도 잘 타고 났지만 스승 복이 굉장히 많은 사람입니다. 우리 집안은 유교적 사고방식을 가진 보통 집안이었는데 할머니가 유난히 불심이 강했어요. 그래서 어릴 때 부터 한문으로 되어있는 불경을 접하고 살아서 한문이 어렵지 않았어요.

△ 경복고등학교 3학년 재학 시절의 최완수.

그가 사학과에 가게 된 목적은 하나가 불상을 연구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가 일본의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울대 자체가 일제 식민 사관을 위해 설립된 대학이어서 그런지 대학에 진학하여 한 해, 두 해 상황을 보니 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여기 있으면 안 되겠다. 어디로 도망가지?’ 하다 떠오른 곳이 국립박물관이었다.

“국립박물관에 가면 불상을 접할 수 있겠다 싶었죠. 대학 때 이미 대정신수대장경을 늘 읽고 있었는데 대정신수대장경은 팔만대장경을 현대 활자로 인쇄를 해 놓은 것으로 총 100권의 엄청난 책이예요. 젊었을 때의 건방진 생각으로는 이걸 다 읽지 않고서는 불상을 이야기할 수 없다 싶었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이 책이 없어서 그걸 서울대에 가서 빌려 볼려니 불편했어요. 그때부터 이걸 가지고 있는 기관이 있으면 한 10년간 그거나 읽고 연구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정신수대장경의 인연은 쉽게 닿지 않았다. 그는 불상을 연구할 목적으로 경주박물관에 지원을 하여 내려가게 된다. ‘건방을 떨었다.’ 표현하는 그의 말을 좀 빌리자면 그는 '건방지게도' 지방에 내려가면서 국립박물관 본관 어른들에게도 인사를 안 하고, 경주에 내려가서도 ‘난 여기 공부를 하러 왔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그렇게 매일 해뜨기 전 출발해서 해지면 돌아오는 불상 공부가 시작되었다. 경주 지역 불상은 안 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경주 선덕사 마당에 목 부러진 불상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불상을 실측하고 기록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뭐하나 해서 우~몰렸다가 다시 또 흩어지거든요. 그 날도 사람들이 또 흩어지려니 하고 있었는데 그림자 하나가 영 안 없어지는 거예요. 불상 관찰이 끝나고 일어나보니 중년 신사가 서 있었습니다. 그 분이 나에게 ‘내가 최순우야.’ 하는데 경주 천지에 날 알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내가 미술과장이야.’ 하더라고요. 하하하. 그 분은 국립중앙박물관장이었습니다. 괴짜가 있다 하니 경주에 내려온 김에 얼굴을 보러 온 것이었죠.”

최순우 선생과의 인연은 또 한 번 최완수를 성장하게 한다. 선생은 만남 그 후부터 항상 그를 데리고 다녔다. 경주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온 어느 날, 최순우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수집한 간송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은 62년에 돌아가셨고 ’한국민족미술연구소‘가 만들어졌는데 내가 그 책임을 맡았는데 같이 갈래?’라는 제안을 했다.

“간송 선생의 둘째 자제가 그 일을 맡고 있었는데 그 사람과는 만나자마자 의기투합이 되었지만 현장도 중요한 법 아니겠어요? 그래서 현장에 갔는데 그 건물이 서양 사람이 지은 최초의 양옥이었어요. 2층에 올라가니까 서가가 놓여있는데 글쎄, 대정신수대장경이 새 책으로 100권이 꽂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두 말 안하고 옮겼습니다.”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