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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배우, 이순재의 연기인생"배우는 백지상태여야 합니다."


이순재는 얼마 전, 중국의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중국 금계백화영화제에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김만석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웹툰 만화가 강풀의 만화를 원작으로 영화로 4명의 노인의 아름다운 로맨스를 그린 영화로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으로도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이순재가 출연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날은 영화에 나왔던 윤소정, 김수미, 송재호 네 노인네가 대종상 시상식에 가서 앉아있었어요. 우리 영화는 노인네들 영화라서 흥행도 잘 안돼서 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앉아있었는데 제작사 사장한테 전화가 왔어요. 중화권 3대 영화제 중 하나인데 상을 받았다고.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저예산 영화에 노인네들이 나오는 영화라 흥행은 크게 안 됐어요. 저는 연극을 보고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참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연세 많으신 분들 뿐만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극장에서는 2~3주 안에 내릴 뻔 했는데 관객의 반응으로 인해 네 달이나 끌고 올 수 있었어요.“

이순재는 1956년 데뷔한 후, 오랜 세월동안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상과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다. 영화로 수상을 한 것은 단 두 번. 76년 영화 ‘집념’에서 허준의 역할을 연기해 백상예술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영화 ‘어머니’로는 대종상의 ‘특별’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70년대에는 영화배우와 탤런트를 구별하던 시대였지. 영화배우는 TV에 나가지 않는데, 탤런트는 영화에 나온다고 해서 두 역할을 구별하자 했었죠. 그래서 탤런트에게는 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상을 안 주기는 미안했는지, 없던 상을 하나 만들어서 주더라고. 그게 바로 ‘특별’ 남우주연상이야. 하하하”

‘하이킥’의 ‘야동순재’로 그를 기억하고 있는 세대들에게는 낯선 이야기지만, 그는 연기자뿐만 아니라 정치인의 길도 걸었다. 1992년 민자당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8년을 몸 담았다.

“제대로 하려면 개인의 행복권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이었던 8년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어요.

정치와 연기는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정치는 대중들의 표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고, 연기는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죠. 연기는 그냥 나만 열심히 연기하면 대중들이 좋아해주지만, 정치는 표를 달라고 해야 하니 열심히 봉사를 했습니다.”

이순재는 시간약속을 잘 지키기로 유명하다.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젊은 연기자들이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선배 연기로써 일침을 가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항상 대본 암기에 집중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암기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이지만, 그로 인해 후배 연기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한다.

요즘은 가수로 데뷔한 아이돌 스타들이 큰 준비 없이 연기에 뛰어들어 주연을 맡아 대중들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다. 50년 이상 연기를 해온 그가 보는 가수나 코미디언들의 연기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 BTN불교TV의 '이상벽의 이야기쇼 붓다야 붓다야'에 출연하여 자신의 연기소신에 대해 이야기한 국민배우 이순재.
“외국에도 많습니다. 가수와 배우를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물론 공존할 수 있어요. 다만...

예를 들어 ‘드림걸즈’의 영화에 비욘세도 가수와 배우를 함께 했잖아요. 비욘세는 ‘다이애나 로스’ 역할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당시 비욘세가 너무 육감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감독이 퇴짜를 놨대요. 그랬더니 그녀는 몸도 줄이고, 6개월을 준비해서 그 역할을 결국 연기했어요. 그게 바로 우리와의 차이입니다.

물론, 요즘 젊은 친구들 참 영민해요. 부끄러움도 없고, 거침도 없고, 참 똘똘합니다. 그래서 사실 웬만큼 또 해요. 그렇지만, 우리 연기자들... 안목으로 봤을 때는 그 친구들 전혀 연기를 모르고 있어요. 그냥 대사를 다 외서 그냥 읽는 거지. 배우라는 것은 분장할 때부터 ‘나’는 없애야 해요. 극 속의 인물로 가야하는거지. 그게 기본이야. 그런데 아직 그 단계까지는 되지 않았어. 모든 인물이 그 배우 본인인 것이지, 극 속의 인물이 아닌 거지.“

“예전에 ‘홍난자’라는 영화를 찍으러 갔는데 감독이 영화 속 의상을 갖춰 입고, 분장하고 찍은 내 사진을 보더니 못마땅한 것처럼 이러더라고. ‘개성이 없어요.’

그래서 내가 ‘개성은 오늘부터 만들어 내겠습니다.’ 했지.

그랬더니 감독이 ‘배우는 기본적인 이미지가 있어야 하잖아.’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그건 개성이 아니라 본인의 태생입니다.’라고.

내가 생각하는 배우의 개성은 백지상태입니다. 그래서 역할 창조가 힘이 들고, 그래서 공부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순재는 십년 넘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학생들하고 하는 작업이 보통 어려운 작업이 아니지만, 젊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은 나도 다시 공부하는 것이죠. 내가 젊었을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것들. 그런 것들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70년대 했던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을 보면 거기서 가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단 말이지. 그런데 그때 우리는 연탄 시대였으니,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드라마 작업들은 사실 난해한 부분은 없어요. 우리의 이야기들이니까. 그래서 학교에서 심도 있는 작품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통해 나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BTN 이진경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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