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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육조단경에서 화엄경

김윤수(前 판사, 불경역서가)

김윤수는 법조인으로 30여년을 살았지만, 돌이켜보면 자신의 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늘 판단을 해야 하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마음아 항상 부담스러웠던 그는 판사라는 직업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금년 2월, 법조계에서 정년을 맞아 퇴직을 했다. 퇴직 후 6개월을 정말 꿈 같은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김윤수. 이제는 불교 공부에 더욱 더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으니, 우리 불자들에게는 더 없이 큰 재산을 얻은 것과 같다.

불교와의 인연

지금이야 고시촌이라고 해서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고시원과 학원을 오고 가지만, 예전의 고시생들은 조용한 산 속의 절을 많이 찾았다. 김윤수도 3, 4곳의 절을 찾아 고시공부를 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아, 그 때 불교와 인연을 맺었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당시에는 불교에 대해 큰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 불교가 인연으로 다가온 것은 한 권의 책이었다. 1996년쯤, 우연히 서점에서 읽게 된 미국 심리학자 헬렌 웜바흐의 저서 <삶 이전의 삶(Life Before Life)>.

이 책은 최면을 통해서 전생을 기억하게 된 750명의 피험자를 근거로 한 전생 보고서이다. 어떻게 전생체험을 하였나, 환생을 선택한 사람들, 영혼은 언제 태아 속에 들어가는가 등을 이야기한 이 책은 김윤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어보니 윤회가 그럴싸하게 사실인양 적혀 있었습니다. 만약 윤회가 정말이라면 우리가 사는 방식이 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회에 대해 공부해보기로 했죠.
그러다가 불교에서 윤회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불교를 공부해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필요에 의해서 불교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불교 독학의 길

본격적으로 불교 공부를 시작한 그는 불교에 관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었다. 먼저 대승불교를 읽었는데 그것으로는 불교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이후 근본불교를 읽어보니 그제서야 좀 이해가 되었다. 김윤수는 불교 공부를 시작한 이후부터 일 이외의 여가 시간을 오로지 불교만을 위해 썼다. 여가나 취미가 아닌 차원이 다른 불교 공부였다. 그 만큼 불교를 알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좋은 분의 인도를 받아 공부를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공부하다보니 이치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4, 5년 동안 책은 많이 봤지만, 불교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전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가 2001년에 전재성 박사가 번역한 ‘니까야’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니 유기적으로 불교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후, 대승불교까지 톱니바퀴 맞아 돌아가듯, 불교 공부의 체계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육조단경에서 화엄경까지

이 후, 김윤수는 혼자서 불교를 공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경전을 번역하여 출판하게 된다. 5, 6년 동안 불교에 미쳐서 생활하고 말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책을 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부추겼던 것이 번역의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 이유는 사법연수원의 젊은 친구들 때문이었다.

“그 때가 사법연수원 교수시절이었는데, 보아하니 사법연수원 젊은 사람들이 참 힘들게 살더라고요. 대부분 보통 여건이 안 되서 욕망이나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이지, 가능하다면 가급적으로 큰 목표를 달성하여 성취해야 한다고들 생각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사실 불교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괴로움의 원천일 뿐이지. 욕망이 소멸되어야 열반이라고 하잖아요. 이런 사고방식이 실천까지는 아니어도 접하기만 해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윤수는 2003년 첫 번역서, <육조단경>을 냈다. 목적은 불교를 모르는 사람에게 불교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육조단경은 일반 사람들에게 불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소재였다. 그런데 육조단경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성공했을지 모르나, 불교를 이해시키는 데에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경전을 번역하고, 번역하는 일로 이어지게 되었다.

<주석 성유식론>을 출판하기까지

"주석 성유식론도 처음에는 그냥 공부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유식론이 불교 공부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어려운 경전입니다. 공부하면서 자료를 수집하다 보니 번역해서 출판해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처음에 책을 낼 때는 출판일을 하는 처제를 통해서 책을 내었는데 아무래도 어려운 유식론은 경제성이 전혀 없어서 처제를 통해 출판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출판사로 그 원고 뭉치를 가지고 찾아갔는데 일주일 후에 안 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번역본을 사장시키기에는 너무 아까웠어요. 처제에게 들으니 출판사를 만드는 것은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출판사를 등록했습니다. 유식론을 출판하려고."

유식론을 내고 나서부터는 번역에도 원칙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수가 말하는 번역의 기준은 첫째가 대승의 뼈대가 되는 경전을 번역하는 것과 둘째가 주관적인 의견을 섞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글이다 보니 주관적인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급적 제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들이 통일된 흐름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본인이 펴낸 모든 책의 편제와 용어를 통일하여 사용한다.

그는 얼마 전, 6천 쪽에 달하는 화엄경 7권을 펴냈다. 경전으로는 어마어마하게 방대한 양이다. 화엄경을 출간하면서 불교는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느꼈다고 한다.

김윤수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불교의 발전방향

"불교의 본령을 찾아야 합니다. 불교는 인기가 좋은 종교가 될 수 없습니다. 피가 뜨겁거나, 괴롭지 않은 사람에게는 불교가 맞지 않아요. 불교는 피가 식은 사람에게 더 잘 맞는 종교입니다.

불교에서는 추구가 아니라 소멸을 가르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교와 경쟁하려는 것 자체가 가르침과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불교의 본령은 경쟁이 아닙니다. 본인이 절실해서 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종교죠.

불교를 많이 넓히지 못한다 하더라도, 절실히 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고를 갖춘 불교가 되어야 합니다. 스님도 그래야 하고, 불자들도 그래야 합니다. 항상 불교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사진 =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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