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7년 생. 코미디언 구봉서보다는 한 살 어리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중에서는 최고령자다. 건강의 비결로 목욕탕과 지하철을 꼽는 송해. 송해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 퇴근을 한다. 가끔은 ‘당신 같은 사람들도 지하철을 타서 만원이다.’라는 짓궂은 농담을 듣기도 하지만, 지하철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전국노래자랑 30년 역사 중 27년을 함께 한 영원한 젊은 오빠, 송해. 그는 황해도 출신의 실향민이다. 송해는 금강산 노래자랑과 평양 노래자랑으로 2번 북한에 다녀왔다. 그 중 특히 평양 노래자랑이 기억이 남는다.

  2003년 평양으로 떠나는 날, 현대 아산 정몽헌 회장의 자살소식으로 인하여 분위기는 어수선해졌다. 오랫동안 공 들여온 녹화가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특히나 송해는 전쟁통에 월남하여 군대에 입대해 북한에 총을 겨눴으니 북한에게는 제1호 반역자인 셈.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다행히 녹화는 취소되지 않았다.

“원래는 4박 5일 일정이었어요. 그런데 8박 9일을 북한에 머물렀지. 노래자랑 녹화를 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출연자들에게 계속 선전노래만 부를 수 있게 하더라고.

이 곡도 안 된다, 저 곡도 안 된다, 내가 노래자랑이 남한에서도 방송되기 때문에 선전노래 말고 다른 노래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계속 안 된다는 말만 돌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종이를 집어 던지면서 화를 버럭냈지.”

  결국 노래자랑은 8박 9일 일정 중, 가장 마지막 날에 녹화를 했다. 북한에서는 송해에게 첫 인사와 끝 인사만 하고 나머지 진행은 북한의 아나운서에게 맡겼지만, 송해는 중간 중간 무대에 올라가 농담을 했다. ‘아이고, 형님, 안녕하세요.’ 우리에게는 익숙한 인사와 장난이지만 송해의 돌발 행동에 당시 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았던 북한군의 얼굴은 백지장이 되었다고 한다.

  송해는 자신의 관리를 맡은 북한 관리에게 남한 가요가 녹음된 테이프를 건냈다. 며칠 후, 북한 관리는 조용히 자신에게 다가와 “그 노래 잘 들었시오.”라는 인사말을 건냈다고 한다. 평양은 송해의 고향인 황해도와 가까운 곳. 조금만 발길을 돌리면 고향인데도, 북한의 삼엄한 경비 때문에 말 한번 꺼내지 못했다.

“나를 관리하던 북한 관리가 한 50대 쯤 되었는데... 혹시라도 그 사람에게 흠이 갈까봐 고향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겠더라고. 어차피 부모님은 다 돌아 가셨을테고, 만약 가족이 남아있다면 여동생이 하나 있을겁니다. 그 때 여동생 주려고 한복을 하나 가져갔는데, 그 한복을 호텔 종업원에게 줬어요. 이름도, 주소도 말하지 않고 맡겼으니 아마 전달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북한 이야기를 하는 송해의 얼굴에는 고향에 대한 아쉬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송해는 22살 무렵 어머니와 헤어졌다.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는데, 뱃속에 송해를 가졌을 때도 절을 오가며 열심히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송해가 살고 있던 고향은 전쟁 당시, 군인들의 약탈로 인해 흉흉했다. 군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마을에 들어와 식량과 쓸 만한 집기를 약탈해 갔다.

“하루는 내가 마을을 나갈 일이 있어 어머니에게 인사를 했는데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얘, 조심해라. 그 말을 듣는데 느낌이 정말 이상했어요. 결국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었어요.”

  송해는 그 후로 딱 한번 금강산에서 어머니의 얼굴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금강산 노래자랑을 위해 금강산을 찾아 관광을 하는데, 가이드가 이 바위에서 눈을 감고 보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눈을 뜨면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해는 반신반의하면서 눈을 감고 ‘어머니’를 크게 불렀다.

“어머니를 부르고 눈을 딱 떴는데, 정말 어머니가 눈앞에 계신 거예요. 어머니의 얼굴이 달덩이 만하게 내 눈 앞에 보였어요. 그리고 바로 사라졌죠. 세월이 많이 흘러 기억 속에서도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던 어머니의 얼굴이었는데... 아무래도 부처님이 내가 어머니를 그리워 하니까 잠깐 만나게 해 준 것 같아요.”

(2편에서 계속)

BTN 이진경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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