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에 발표한 이태호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미스고’는 22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애창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태호는 40대 중반의 나이지만 아직 20대 청년 같아 보인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큰 코, 살짝살짝 보이는 미소. 아직도 패기 넘치고 호기심 가득한 데뷔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시간만 20년이 흐르듯 하다. 잘생긴 외모와 유머러스한 말투, 어디를 가던 아줌마 부대의 열렬한 환호를 받는 이태호는 어느 자리에 있던 반짝반짝 빛이 나는 타고난 '오빠‘였다.

△ '이상벽의 이야기쇼 붓다야 붓다야'에 출연한 가수 이태호

어린 시절부터 노래자랑 대회에 출전하면 어른들은 ‘너는 참가가 아니라 게스트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로 노래에 출중한 재능을 보였다는 그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아버지를 3살에 여읜 후, 어머니의 모든 것이었던 외동아들은 서울로 상경하면서 어머니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고 한다.

“시골에 가면 궤짝이 있잖아요. 물건을 넣어두는. 제가 거기서 그 당시로는 꽤 큰 돈을 발견하게 된 거예요. 어머니에게는 말도 안하고 그 돈을 가지고 친구와 함께 고향에서 도망을 쳤어요. 서울로 올라와서 그 돈으로 여인숙에서 생활을 하고 그랬어요. 어머니에게 정말 죄송하죠.”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하고 패기가 넘치던 갓 스무살. 이태호는 여인숙에서 지내면서 낮에는 공장을 다니고 밤에는 노래를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낙원상가가 있는 종로5가를 지나다가 ‘신가수 발견’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 그는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한다.

“정말 너무 기뻤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오디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다 합격이었더라고. 알고 보니 학원에서 수강생을 늘이려고 오디션을 한 거였어요. 그것도 모르고 엄청 좋아했죠. 그래도 그게 인연이 되어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죠.”

작곡가 박춘석과 인연이 된 이태호의 앞길은 탄탄대로였다. 그 당시 음반 한 장 내지 않은 그는 계약금 300만원, 월 20만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음반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히트곡 ‘미스고’를 만나게 되었다.

△ 스튜디오에서 히트곡 '미스고'와 신곡 '입술을 깨물고'를 열창하였다.

트로트가수 박상철의 히트곡 ‘자옥아’는 원래 이태호의 노래였다. 노래도 주인이 있는 것인지. 이태호는 그 동안 ‘가수 이태호’로 쌓아 온 이미지와 이 노래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옥아’를 부르는 1년 동안 노래가 진심으로 불러지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후배가수인 박상철이 그를 찾아와 그 노래를 자신에게 달라고 부탁했고 이태호는 흔쾌히 이 곡을 넘겨주었다. 곡이 제 주인을 만난 것인지. ‘자옥아’는 박상철의 노래로 히트를 쳤다.

자신이 부르던 곡이 다른 가수로 인해 히트가 되었으니 배가 아플 만도 한데 오히려 이태호는 진심으로 박수를 쳐 줬다. 어차피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곡이었으니 오히려 다른 가수에게로 가 사랑을 받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봉은사를 찾는다는 이태호. 요즘은 어떤 기도를 하냐는 질문에 ‘좋아하는 노래를 해 줄 수 있게 해줘 무조건 감사하다고 기도하죠.’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어떤 가수는 음반이 나오면 부처님전에 그 음반을 가지고 가 잘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이태호는 그런 기도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예전부터 저의 기도는 딱 이거였어요. 노래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이태호의 가수로서 최종 목표는 ‘떠나도 기억 되는 가수’ 이다.

그래서 이태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좋은 가사를 지닌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한다. 떠나도 기억 되는 가수를 위해 오늘도 신곡 ‘입술을 깨물고’를 열창하는 ‘진짜 오빠’ 이태호. 앞으로도 남자의 향기 물씬 풍기는 영원한 오빠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BTN 이진경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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