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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쟁위 1년‥봉은사·4대강‥용두사미실무인력 절대 부족한데 거대담론에 몰입

조계종 총무원장 자문기구로 지난해 6월 출범한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스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소통을 과제로 떠안았지만 정작 성과는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종단 내 갈등,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출범 시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이 없다는 것이다. 출범 1년을 맞은 화쟁위의 활동 성과를 짚어본다.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 대의는 좋다, 그럼 성과는?

지난해 봉은사 직영사찰 문제를 둘러싸고 당시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스님과 총무원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회의 진행을 하고 있다. 사진=조계종 총무원
 
당시 화쟁위는 총무원과 명진스님에게 ▷직영사찰 재산관리인 임기 4년 보장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한 재산관리인 후보 추천 후 총무원장 임명 ▷독자적 인사기준에 따라 2년 주기로 평가 실시와 기준 미달 시 면직 ▷직영사찰 재정 운영에 종단 목적사업 우선적용 등 직영사찰제도에 대한 4가지 방안을 제시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합의 과정 중 명진스님이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분란이 있었지만 일단 봉은사 사태는 명진스님이 화쟁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후 화쟁위에서 제시했던 직영사찰 운영에 대한 4가지 제안은 제도화되지 못했다. 앞으로 직영사찰 지정을 둘러싼 종단 내 갈등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봉은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됐던 화쟁위의 4가지 제안은 문제 해결의 전형(典刑)으로 기능할 수 있는 사안이다.

화쟁위의 한 관계자는 “종단 집행부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화쟁위가 제시했던 4가지 제안을 종회에 제출해 법령을 마련해야 했지만 그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종단 내 갈등을 일단 봉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속조치의 미흡으로 직영사찰 지정에 대한 갈등의 불씨를 여전히 남긴 것이다.

 

 
△화쟁위원회는 지난해 6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해 정부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을 둘러싼 화쟁위의 갈등 조절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쟁위는 지난해 9월 ‘4대강 갈등 해결을 위한 화쟁토론회’를 개최하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원희룡 의원,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박진섭 4대강 사업 저지 범대위 집행위원장 등을 초청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소통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4대강 사업 중단’과 ‘4대강 원안 고수’ 의견이 소통 없이 파국으로 향하는 것을 막자는 의도였다. 불교․개신교․원불교 등 3개 종교단체와 시민대표, 여당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4대강사업 국민적 논의위원회’도 출범시켜 소통을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4대강 사업 관련 예산을 정부와 여당이 기습 처리하는 것으로 귀결됐다. 화쟁위의 소통을 위한 노력이 결과적으로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화쟁위는 지난해 12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여당이 반성할 수 있도록 회초리를 드는 역할을 할 것 ▷불교계가 갖고 있는 모든 조건과 역량을 활용해 정부․여당의 부당함을 알리는 활동을 할 것 등을 결의했다.

당시 기자회견장에서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회초리를 드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국민과 종도들이 나서야하는 사안이며, 화쟁위는 방향과 방법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명서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화쟁위가 제시한 방향과 방법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현재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시민사회․정부․지역 주민 등의 갈등양상에 대한 보고서를 외부에 의뢰해 작성 중이지만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과 종도의 행동 방향과 방법을 제시하겠다던 계획은 물론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지 못한 셈이다.

불교시민사회 네트워크 정웅기 집행위원장은 “화쟁위는 우리 불교계가 사회적 갈등의 소통 역할을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기구”라며 그 존재의 필요성을 인정한 뒤 “그러나 화쟁위가 그 역량을 넘어선 거대담론에 몰입돼 있어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 화쟁위 사무국 인원으로는 우리사회 갈등을 불교계의 시각으로 중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화쟁위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무국은 사무국장과 여직원 등 2명이다.

화쟁위 역시 내부자료에서 “정부․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로 중재 노력이 결과적으로 무산되고 화쟁사상을 사회적 갈등사안에 접목시킨 전례가 부재해 여러 가지 업무 미숙 및 혼선을 야기했다”고 자체 평가를 내렸다. 

 

 

 

 

 
△지난해 6월 화쟁위원 위촉 후 위원들이 서로 인사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성과 이번엔 내놓을까?

올해 화쟁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은 우리사회 종교갈등과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남갈등의 해결이다. 이를 위해 화쟁위는 성태용 건국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기획위원회를 두고 종교갈등과 남남갈등 해결을 위한 소위를 구성해 대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종교갈등 해결을 위해 화쟁위는 ‘아쇼카 선언’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쇼카 선언은 종교평화와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을 역설했던 고대 인도 아쇼카왕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으로 이웃종교인을 대하는 불교인의 자세에 대한 총론적 성격의 지침이다.

화쟁위는 이 선언을 통해 불교계는 물론 이웃종교인들에게도 종교평화 필요성을 인식시킨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종교평화 역시 자칫 불교계만의 선언적 구호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화쟁위는 현재 다양한 자료를 취합해 ‘종교평화법’ 초안을 구상 중이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화쟁위의 한 관계자는 “불교계 주도적으로 종교평화법을 제정한다는 타종단와 시민사회의 우려 섞인 시각이 있어 종교평화법의 초안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둘러싼 남남갈등 역시 남남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위한 위원회 형식의 실무기구를 타종단과 공동운영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구체적인 성과물이 나오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화쟁위원인 한 스님은 “화쟁위가 지금까지 혼란을 빚었던 것은 종단 내 문제와 종단 외부의 문제를 분리해 의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처하는 체계화된 절차와 전문인력이 부족했다”며 “화쟁위가 좀 더 내실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각 사안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화쟁위원 구성, 거대담론이 아닌 보다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동수 기자

김동수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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