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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없으면 에코파시즘으로 전락한다‘한국불교의 생태담론과 생태운동’ 학술연찬회, 이도흠 교수 지적

‘불교=생태’란 의식이 전 사회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천성산’을 지키기 위한 지율스님의 단식투쟁, 새만금사업의 중단을 요구하며 삼보일배로 우리나라 곳곳을 누빈 수경스님, 생명과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며 지리산에 생명공동체를 출범시킨 도법스님 등이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최근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낙동강 변에서 소신공양을 통해 현정부의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한 문수스님의 행동은 불교의 생태학적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사회에서 환경, 생태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은 한국불교, 그 평가와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의 장이 열렸다.

4일 오후 불광연구원(이사장 지홍스님)ㆍ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소장 조은수) 공동 주최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한국불교의 생태담론과 생태운동’ 학술연찬회에서는 그 동안 불교가 수행해온 환경‧생태운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향후 과제도 제시돼 불교환경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날 학술토론회에는 불광연구원 이사장 지홍스님 등 200여 명의 대중들이 참석해 불교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불교환경, 생태운동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한국불교의 생태담론과 생태운동’ 학술연찬회에는 약200여명이 참석해 활발한 의견 교환을 나누는 등 불교환경운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불교환경운동,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첫 번째 논의의 장은 지율·수경·도법·문수 스님이 수행한 환경운동의 사회적 의미를 찾고 그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집중됐다. ‘한국불교의 생명‧생태론과 그 실천운동’이란 논문을 발표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먼저 생명‧생태에 관한 불교적 근거를 찾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불교의 생태론적 해석의 기원을 의상대사와 원효대사의 사상에서 찾았다. 그는 의상대사의 ‘법계연기론’과 원효대사의 ‘불일불이론’을 통해 ‘세상의 모든 생물은 서로 구별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임’을 강조했다. 전생에 지은 업(業)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뿐 그 본질은 같다는 논리다. 이것이 불교의 생태론의 기원을 이룬다며 인간과 자연을 이분법으로 나눈 우리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한국불교의 환경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법·수경·문수 스님이 행한 환경운동의 사회적 의미를 고찰했다.

이 교수는 “도법스님의 ‘지리산 생명평화결사’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통해 각 지역에서 풀뿌리운동들이 생겨나고 이로써 도법스님의 생명평화운동, 수경스님의 환경‧생명운동 등이 불교계를 넘어 전 사회에 걸쳐 도덕적 헤게모니를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수경스님의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300여㎞를 삼보일배하며 새만금간척사업의 중단을 호소한 행동은 그 새로운 운동방식으로 인해 전국민적 관심을 환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 관심을 기반으로 4대강 반대운동 사업을 진행해 불교계 시민사회와 불교세력, 조계종단이 4대강 반대운동의 전면에 나서는 기폭제 구실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 교수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정치적 의미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스님과 불자만이 아니라 이웃종교인, 시민운동 진영, 진보진영에도 충격을 주었다”며 “이는 4대강 반대운동에 불을 지펴 지난 6‧2 지자체 선거에서 야권이 압승을 거두는 도화선 구실을 했다”고 평가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에 대한 불교계 내부에 비판에 대해서는 “굶주림에 지친 짐승을 위해 절벽 위에서 몸을 던져 위법망구(爲法亡軀)를 실현한 부처님 전생의 전례가 있다”며 비판들을 일축했다.

이 교수는 불교 생명‧환경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당성이 확보된 운동이라도 사회 및 시스템의 개혁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운동의 성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정치경제학적 분석과 실천이 부족할 경우 불교계 생명운동은 자칫 에코파시즘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불교환경운동에서 정치성을 배제하는 그 자체가 바로 정치적이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실천방식으로는 ▷환경을 보호하는 이들을 지방의회 의원 및 군수로 선출 ▷주민의 협치에 의한 지역개발 ▷토건(土建)카르텔 해체운동 전개 ▷생태순환이 가능한 도농공동체(都(農共同體) 설립 등을 제시했다.


△ 조은수 교수는 지율스님의 환경운동을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여성차별적 시각을 비판했다.
이 교수에 이어 발표에 나선 조은수 서울대 교수는 지율스님의 생태운동에 대한 평가에 집중했다.

조 교수는 ‘지율스님의 생태운동과 에코페미니즘’이란 논문을 바탕으로 지율스님의 여성성에 기초한 환경운동의 의미를 분석했다. 천성산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체의 입장에서 터널공사 중지운동을 펼친 스님의 환경운동은 ‘여성의 생태적 감수성’에 기반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또 여성에 대한 우리사회의 차별적 시선에도 비판의 잣대를 들이댔다.

조 교수는 “‘철과 같은 비구니’의 행동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철의 의지를 가진 여자’들은 낯선 개념이 아니지만 ‘비타협적인 여자’는 낯선 유형의 여자였다”며 “지율스님의 경우는 급진성 그 자체가 집중적으로 공격받아 심지어 요승(妖僧)이라고 부르기도 했다”며 우리사회의 여성차별적 시선을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고엽제 사건, 4대강 사업, 구제역 파동,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돌아보며 “지율스님의 환경운동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진정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현재를 평가했다.

‘불교가 가진 생태적 관점은?’

학술연찬회에서는 한국불교의 생태적 관점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졌다. 도법·수경 스님의  불교환경운동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는 물론 한국 불교 생태운동의 이론적 관점을 점검하기도 했다.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거정처(閑居靜處)의 수행문화 ▷사찰이 수행하는 산주로서의 역할 ▷소욕지족의 청빈한 삶 ▷자급자족하는 보청법과 노동의 전통을 주제로 한국 선원의 생태적 사유와 전통에 대해 분석했다.

박경준 동국대 교수는 1980년대 태동된 불교생태학의 발전양상을 주로 고찰했다. 박 교수는 동국대에서 출발한 불교생태학의 구체적인 전개과정은 물론 미국, 일본 등지에서 연구된 불교생태학의 현황을 소개했다.

또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가 ‘한국불교의 계율정신에 근거한 생태윤리의 모색’이란 주제로 한국인에게 깃들어 있는 한국선불교의 계율적 전통과 이에 따른 생태윤리를 분석했다.

허남결 동국대 교수는 ‘동물의 권리문제와 불교의 생명윤리’란 논문을 통해 “불교의 으뜸 계목인 ‘불살생계’를 실현하는 길은 동물의 고통을 인식하고 이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가 모든 불자들의 관심사가 되는 것에 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육식을 완전히 끊는 생활방식보다는 보다 현실적 방안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의 고통을 줄여주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을 보다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동수 기자

김동수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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