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기억 속 남철, 남성남은 어떤 모습인가?

이 질문의 답에 따라 대충 나이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20대에게는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일 수도 있고, 2-30대에게는 이름은 들어 봤으나 정확히 어떤 분야의 사람인지, 유행어는 무엇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나이라면 아마도 이들 명콤비의 무대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두 명의 개그맨이 한 쪽 다리를 들고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하는 ‘왔다리~갔다리~’ 춤. 그래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노래.

‘키스해 주세요~♪ 앞이빨이 쏙 빠지도록~♪’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유쾌한 단짝, 남철, 남성남을 ‘이상벽의 이야기쇼 붓다야 붓다야’에서 만나봤다.

△ BTN불교TV '이상벽의 이야기쇼 붓다야 붓다야'에 출연한 명콤비 코미디언 남철, 남성남. 남성남이 코미디언 배삼룡의 권유로 퇴촌으로 이사를 가자 짝꿍인 남철도 곧 따라 이사를 와 이웃사촌으로도 2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뗄레야 뗄 수 없는 남철, 남성남 콤비 남녀간의 사랑도 뛰어 넘을 50년 진한 우정을 과시했다.

이들을 보고 있자면 만화영화 ‘톰과 제리’가 생각난다. 서로를 헐뜯고 비아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50년을 지켜온 끈끈한 우정이 있다.

둘의 만남은 스카라 다방에서 시작 되었다고 한다. 충무로 스카라극장 앞에 있던 스카라 다방은 코미디언들의 집합소였다. 이 곳에서 남철이 먼저 남성남에게 콤비를 해 보자고 먼저 제안을 했다. 3살 위였던 남성남이 남철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대답하지 않고 망설이자 남철은 얼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 마음 좋아요~”

△ 사진 속 왼쪽은 남성남, 오른쪽은 남철의 모습이다. 동그란 안경을 쓰고 콧수염을 붙이고 포즈를 취한남성남과 다르게 이국적인 외모인 남철은 코미디언 이전에 정극 배우로도 활동했었다고 한다.

남철과 남성남은 둘 다 예명이다. 남성남은 악극단 시절 연기부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하루는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던 강릉여관에 백조 악극단이 투숙을 했다. 그 시절은 대부분의 악극단이 적자를 면치 못한 때였고, 백조 악극단 역시 투숙비를 낼 돈이 없었다. 그러자 작은아버지는 남성남을 그 악극단을 쫓아다니며 돈을 받아오라고 함께 보냈다고 한다.

강릉에서 삼척, 그리고 목포까지. 대본을 들어주는 역할로 쫓아다니다 보니 무대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무대에 좀 서 봤으면...’

기다리는 자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는 건 모든 성공담의 진리. 땜빵으로 처음으로 무대에 선 날, 연기부장은 그에게 ‘성’자를 넣어 ‘남성남’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남철 또한 악극단 시절에 불리던 예명 ‘남남철’이 지금의 ‘남철’이 되었다.

둘은 이름도 짠 것처럼 ‘남철, 남성남’을 예명으로 삼았다. 아마 만나지 않던 그 시간부터 둘은 인연의 끈으로 묶여져 있었나 보다.

둘은 굉장히 다르다. 외모만 봐도 남철은 작은 체형을 지녔지만 남성남은 둥근 얼굴에 큰 체구를 지녔다. 성격도 그렇다. 남철은 쉽게 달아오르고 흥분하지만 남성남은 말수가 적고 느리다고 한다. 그러나 둘은 다르기 때문에 더 잘 맞는 것이라고 말한다.

콤비를 이루고 처음으로 서울극장으로 오디션을 보러 가게 된 어느 날. 그 오디션은 전속을 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였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남철은 속이 너무 타 남성남에게 무대에 올라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남성남의 대답 “아무렇게나 해.”

△ 둘은 언제나 모든 것을 함께하는 콤비다. 몇 십년이 흘렀어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신문광고. 시청자들을 위해 그 시절의 귀중한 자료를 손수 준비해왔다.

남철은 이런 남성남의 태도가 속이 터지고 답답했지만 무대에만 올라가면 둘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그 중 최고는 일명 ‘왔다리 갔다리’ 춤. ‘왔다리 갔다리’ 춤은 노래에 맞춰 한쪽으로 착착 걸어 나갔다가 네 박자 후에 반대쪽으로 휙 돌아 다시 착착 걸어 나가는 춤으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많은 코미디언들의 패러디를 통해서 잘 알려져 있다.

남철이 반대쪽으로 돌아 걸어 나가려는 순간 남성남이 남철의 손뼉을 찰싹 때리면 관객들은 남철이 뺨을 맞는 것인 줄 알고 놀라면서 재미있어 했다고 한다. 순진한 관객들은 남철에게 ‘왜 만날 맞고 사냐.’ 고 물을 정도로 둘은 아주 실감나는 연기로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고 추억했다.

남철과 남성남은 콤비이기 때문에 단독 행사는 거의 한 적이 없다. 얼마 전, 남철이 건강이 좋지 않아 무대에 오르지 못했을 때 남성남이 지인의 소개로 단 두 번 노래를 부른 것을 빼고는 50년의 세월 동안 둘은 항상 무대를 함께 했다. 출연료만으로도 많은 돈을 벌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왕성한 활동을 펼친 두 사람. 50년 세월동안 돈 때문에 의가 상한 일은 없었을까?

남철 “출연료는 항상 두 사람의 몫을 한꺼번에 받았죠. 제가 먼저 수금을 해 와요. 그럼 저는 화장실에 가서 그 출연료를 세 보죠. 그럼 우리 짝꿍(남성남)이 화장실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어요. 사각사각 돈 세는 소리를. 그래서 돈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수가 없어요. 딱 반씩 나눴지.”

둘의 우정은 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내끼리도 이어졌다. 남철과 남성남은 아내들이 서로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일 뿐 아니라 우스갯소리로 상대방의 남편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것이 남철과 남성남 사이에 약간의 감정싸움이 생기면 아내들은 서로 자신의 남편들의 잘못을 꾸짖으며 상대방의 남편을 편을 드니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 젊은 시절의 남성남.

흑백 사진 속 청년 남성남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호남형이다. 방청객들이 잘 생겼다고 추켜세우자 약간 샘 난 남철이 고백할 이야기가 있다며 추억담을 꺼냈다. 남성남이 굳이 말리는데도 시작된 이야기. 이름하야 남성남 편지 사건이다.

남철 “예전에 우리 짝꿍(남성남)이 만나는 여자가 있었던 말이지. 와이프 말고 따로 만나는 여자. 하루는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쓰게 된 거야.”

이야기인 즉은 젊은 시절 따로 만나는 여자가 있었던 남성남이 하루는 그 애인에게 편지를 ‘사랑한다, 보고 싶다’ 는 편지를 썼다고 한다. 애인에게 편지를 쓰고 나니 가슴 한 켠에 아내가 걸려 다시 아내에게도 ‘고생 많다, 돈 많이 벌어 함께 살자’의 내용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리고 그 편지를 우편으로 붙였는데 얼마 후, 아내에게로부터 답장이 왔다고 한다. 편지의 내용은 달랑 한 줄.

‘편지 내용 바뀌었음.’

아내는 남성남과 같은 악극단의 연기자였다. 아내는 남성남을 귀엽게 여겨 양말, 속옷 빨래 등을 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결혼을 하게 된 두 사람. 결혼 후 객지에 나가서 열심히 돈 버는 줄 알았던 남편의 편지를 받아본 아내의 기분은 어땠을까 싶지만 아내의 간결한 답장 덕분에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하니 매우 현명한 대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50년 이상을 만났는데도 가끔 섭섭할 때가 있다는 두 사람. 그래도 정말 헤어지고 싶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말이 많고 불같은 성격의 남철과 말이 없고 느긋느긋한 성격의 남성남이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이 보여도 그렇기 때문에 50년 동안 잘 맞았고 앞으로도 꼭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얼마 전, 당뇨로 크게 앓았던 남철은 “나이도 나이지만 죽는다는 생각이 너무 기분이 나쁘다.”라며 “사는 동안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헤어짐의 이야기가 나오자 진지해진 두 사람. 남성남은 아직도 몸이 좋지 않은 짝꿍이 내심 걱정되는 눈치다.

남성남  “우리 짝꿍은 나에게 우리 와이프보다 아들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야. 만약에 짝꿍이 없으면 한쪽 팔이 없는 것과 같아. 사는 맛이 없을 것 같아.”

남철 “내가 먼저 가고 싶어. 짝꿍이 나보다 3살이나 많으니까...그래야 따라오지 않겠어?”

이왕이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둘이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두 사람. 부부의 정보다 더 깊은 50년 우정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 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서로를 향한 애틋함과 다정함이 있다.

물보다 진하다는 피가 섞인 것도 아니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부의 연이 맺어진 사이도 아닌데, 전혀 다른 타인이 만나 이런 소중한 연을 맺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로가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그 들. 보기만 해도 유쾌해 지는 명콤비 남철, 남성남. 부디 건강관리에 더 힘을 쏟아 앞으로도 계속 대중들에게 행복의 엔돌핀을 전달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사진 = 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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