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부처님은 해탈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제자가 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천 5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성별, 종교, 인종 등 다양한 차별과 혐오에 둘러싸여 있는데요, ‘차별금지법 제정 어디까지 왔나’ 두 번째 순서는 10년 넘게 약자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 온 불교계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효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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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효록스님은 8년 째 성소수자 불자 법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소수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고민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슬픔.

혐오, 차별 발언에 노출된 사회적 약자들은 스스로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데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에게 효록스님은 누구 보다 평등했던 부처님 제자들을 이야기 합니다.

스님에 따르면 팔리어 율장에는 성정체성, 성지향성, 남녀 상관없이 해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 부처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2천 500여 년 전 차별 없이 제자를 둔 부처님.

스님은 법회에 나오는 성소수자 불자들이 입을 모아 부처님 법을 제대로 안다면 세상에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했습니다.

효록스님 / 다르마심리상담명상센터 센터장
(몰라서, 무지해서 사람들이 그 선입견을 갖고 있고, 성소수자에 대해서 차별적인 시각을 갖고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 거거든요. (성소수자들이 차별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 법을 제대로 알기를 바라겠죠.)

한국 불교계에서 본격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일어난 건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이끌던 조계종 제33대 집행부 시절.

당시 이웃 종교의 빈번한 불교 비방과 문화유산 훼손으로 종교 차별 문제가 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첫 시작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중심으로 ‘증오범죄법’ 제정 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지혜와 자비를 강조한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사회 갈등과 분열을 방지하는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까지 번져갔습니다.

자승스님 / 전 조계종 총무원장(2017년 신년 기자회견)
(다문화 다종교 사회의 평화와 화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단순히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으로 오인한 일부 종교 단체들의 극심한 반대로 법 제정은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후에도 공적 사적 영역을 가리지 않고 종교편향, 차별 사례가 등장하고 있지만 차별의 범주와 예방 대책부터 논의되고 있지 않는 상황.

불교계에선 서로 다름을 논의하고 화합하는 장을 만들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도심스님 / 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전화인터뷰)
(종교 화합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우리 사회가 화합으로 평화롭게 살아야지만 누구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되고 그것이 발판이 돼 더 좋은 나라가 되고 발전이 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 없는 해탈을 강조한 부처님과 증오 없는 세상을 향한 불교계의 끊임없는 노력.

남과 나를 구분 짓고 마음의 빗장을 닫아 온 현대인 사회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BTN 뉴스 이효진입니다.
 

이효진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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