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대표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희망이 샘솟는 1004섬, 신안’이라는 홍보 문구가 등장합니다.

신안섬은 ‘1025개의 아름다운 섬으로 이뤄진 섬의 천국’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광가이드에는 신안 1004섬 자전거길 코스, 천사대교, 1004뮤지엄파크, 1004요트투어 등 온통 천사라는 수식어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군청 주소까지 ‘천사로 1004’입니다.

선광스님 /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장
(1004 섬이다, 너무 기독교적으로 각색을 해서 기독교화 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냐, 굉장히 우려스럽고 결국은 우리 민족의 역사까지도 기독교화 시키려고 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우려를 범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가하면 기점도와 소악도에는 난데없이 ‘12사도 순례길’을 조성하고, 베드로를 비롯한 예수의 열두 제자 이름을 딴 12개의 예배당도 세웠습니다. 

그리고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 위치한 기독교(가톨릭)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 ‘섬티아고’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는 지난 2017년 이런 상태의 기점도와 소악도를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고 지난해까지 5년 간 40억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전남도 역시 ‘기독교 편향 행정’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있습니다.

신안군 홍보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천사라는 단어는 단지 지역의 관광 홍보로 사용됐을 뿐, 기독교적 의미로 사용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순례길에 대해서는 섬에 거주하는 주민의 90퍼센트 이상이 기독교인이고, 고 문준경 전도사(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 순교자)의 영향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신안군 홍보담당자(전화 통화) 
(그러니까, 그 수많은 사업에서 기존 사업도 하나 있는 거예요. 둘레길이, 뭐 중점으로 기독교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이에 대해 불교계에서는 헌법상의 정교분리 원칙도 무시한 최악의 종교편향 행정이라며 조속한 시정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선광스님 /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응 특별위원장
(신안군에 100퍼센트의 기독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영역에 있는 대한민국 땅입니다. 헌법에 따라야 할 것이고, 법령에 따라서 행정을 집행해야죠.) 

조계종 종앙종회 종교편향 특별위원회는 어제(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6차 회의를 열고 '기독교 성지가 된 신안군'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또다른 '공공기관 종교편향 논란'의 서막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신안군 관계자는 '천사'를 앞세운 지역 홍보가 기독교 사업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불교계의 분노와 반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BTN 뉴스 이석호입니다. 

이석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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