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양자물리학과 불교의 연기·불이 사상을 주제로 토론한 결과를 예술로 승화시킨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물질과 파동, 세계와 나, 대상과 나의 관계를 고찰한 작품전을 최준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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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우연히 캔버스에 뿌린 페인트 같지만 방향성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서양화가 김태종 작가의 ‘One for all, all for one'.

페인트로 형상화된 파동의 에너지 방향이 선으로 그려져 있고, 곳곳에 색을 칠해 물질을 표현하면서 양자물리학 세계 속 관계를 고찰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동문으로 만나 40여 년 간 각자의 전공에서 작품세계를 꾸준히 펼쳐 온 김태종·박경귀·지원진 세 작가가 의기투합했습니다.

‘관계’를 키워드로 불교의 중중무진 개념, 양자물리학 등을 주제로 6개월 간 토론 후 도출된 결과를 각자의 전공에 따라 표현해 전시회 ‘점점중중’을 열었습니다.

불교미술을 전공한 박경귀 작가는 어머니와 태아, 탄생한 아기와 세상과의 관계를 통해 불성을 추적하고 작품으로 구현했습니다.

연작으로 구성한 박 작가의 ‘세상과 나’ 시리즈는 복중에서 물아일체를 경험한 태아가 세상에 나와 냉혹한 세상에서 깨달음을 얻고 인드라망에 동화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박 작가는 티베트의 ‘통렌’ 수행법에 담긴 세계를 어머니, 보은의 대상으로 보는 가치관에 주목해 작업했다고 밝혔습니다.

박경귀 / 작가
(내가 이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내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을 때 통렌 수행에서 보이는 세상을 평온하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살 때 진정한 자기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거죠.) 

한국미술을 전공한 지원진 작가는 최소한의 조형 언어를 이용해 관객에게 일정 수준의 자세를 요구합니다.

정보가 최소화돼 있기 때문에 관객이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 조형물이 관객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길 바란다는 겁니다.

씨앗, 돌멩이, 물방울 등 작품 속 대상의 이야기를 품고 그것을 듣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물아일체, 화엄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지원진 / 작가
(씨앗이 관객을, 우리를 바라볼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단순한 수묵작업을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관계성, 내가 바라본 세상일 수도 있지만 대상이 바라본 나, 그동안 우리가 오브젝트라고 했던 대상이 오히려 주체가 돼서 우리를 바라보는...)

‘상호 관계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세 작가가 각자의 작품 세계를 펼쳐낸 점점중중 기획전은 오는 14일까지 종로 선아트스페이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BTN 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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