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대불교사에서 시대의 선지식으로 꼽히는 퇴옹당 성철 대종사.

깨달음을 얻은 뒤 성철 대종사는 돈오돈수를 설파했는데, 그럼에도 스님은 수많은 불서를 곁에 두고 정진했습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사업단은 최근 성철스님이 생전에 소장하며 읽었던 고문헌들을 모아 한 권에 도록으로 펴냈습니다.

<백련암 소장 고문헌 도록, 성철스님의 책>입니다.

이번에 출간한 도록에는 한국본과 중국본 등 총 2천231책에 대한 조사개요와 주요 문헌 120종의 도판 이미지, 해제를 담았습니다.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던 성철스님 소장 고문헌은 3년이라는 조사기간을 거쳐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김종욱 / 동국대 불교학술원 아카이브사업단장
(동국대 ABC사업단 집성팀은 2017년 8월부터 2020년 9월까지 백련암 퇴옹 성철스님이 생전에 소장한 고문헌을 대상으로 총 11회에 걸쳐 조사와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성철스님 소장 고문헌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십현담요해언해>가 대표적입니다.

십현담은 10세기 중국의 동안 상찰 선사가 조동종 개조인 동산 양개 선사의 깨달음을 율시 형태로 해석한 겁니다.

이후 후대에 김시습이 자신의 주석을 덧붙인 것을 언해한 책이 <십현담요해언해>입니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유일본이자 희귀본으로서 불교사상사뿐만 아니라 16세기 국어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원택스님 /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성철) 큰스님의 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선학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큰 성과라고 봅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은 도록 외에 조선 후기 고승이자 해인사 백련암에서 입적한 풍계 명찰 선사의 시문집 <풍계집>도 발간했습니다.

1711년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풍계집>은 전국 명산을 향한 필치를 담고 있는데, 이를 인쇄한 목판은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서 백련암이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백련암과 성철스님의 흔적이 담긴 성과물에 불교학술원은 또 다른 선지식에 대한 연구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불영 자광 대종사 /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스승 없이 자력으로 공부해서 깨친 도인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우리 학술원에서 계속 발굴해서 연구해 세상에 내놓겠습니다.)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성철스님의 다양한 고문헌들은 우리나라의 서적 교류와 불서 출판 영향 등을 밝힐 수 있는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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