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때 4대강 반대 수경, 도법스님 등 불교계 불법 사찰

이명박 정부 당시 국책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을 반대한 종교계와 환경단체에 대해 국가 권력이 불법 사찰을 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월 환경시민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청구한 정보공개에 대해 국정원이 4대강 사업 반대단체에 대한 사찰 관련 문건 8건을 공개한 겁니다.

단체들은 문건의 내용과 향후 대응을 알리기 위해 오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김영희 변호사 / 4대강국민소송단
(언론에서 국정원 사찰이라고만 하시는데 앞으로는 국정원 사찰 및 공작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사찰에 그친 게 아니고 한 개인이나 조직·종교계를 와해·무력화·음해하고 온갖 정치 공작을 다 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과 관련 반대 활동을 꾸준히 펼쳐 온 불교환경연대와 소속 스님들도 문건에 포함됐습니다.

당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였던 수경스님과 현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등 4대강 반대를 이끌어 온 스님들이 언급됐습니다.

문건에서는 불교가 불살생·생명존중의 가치를 내세워 반대활동을 펴고 있고, 특정 종교 편향으로 저변에 정부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한 원인 분석뿐 아니라 종단 고위층을 설득해 반대 활동 자제를 유도하고, 주도 스님들의 사찰 보조금을 축소·중단하는 등 직접적인 제재 방안도 들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개인비리와 약점을 드러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내용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유정길 /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그 동안 수경스님 등 많은 분들이 허물이 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활동하다 보면 저희 같은 경우도 노출될 것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활동하기 때문에 항상 심리적인 부담과 압박을 느끼고 있는 거죠.)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많은 부분이 하얗게 가려진 채로 공개돼, 공개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추가 공개 요청 등 법적 대응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정길 /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환경 단체들과 같이 추가된 여러 내용들에 대해서 밝히도록 법적으로 계속 요구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정신적 피해를 본 것이기 때문에 관련된 법적 소송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불교환경연대는 다른 단체들과 연대해 국정원에 대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면서, 불살생과 생명존중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녹색불교를 사찰로 확산하기 위한 길을 계속 걸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BTN 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