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정령들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와 방호복을 입은 사람 앞에 섭니다.

이어 한 정령이 핵폐기물 앞에 쓰러지고, 다른 정령들은 슬픔에 잠깁니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10주년을 맞아 국회 앞에서 청년들이 탈핵 촉구 시위에 나선 겁니다.

후쿠시마 지역은 2011년 3월 11일 원전 사고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과 바다에서 기준치보다 훨씬 높은 세슘이 검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핵 없는 세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오늘 국회에서 청와대까지 탈핵 퍼레이드를 실시하며 원전 사고 위험성과 탈핵의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여기에는 불교환경연대를 비롯한 종교환경회의도 힘을 보탰습니다.

한주영 /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서도 우리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고 그 거짓말을 믿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후쿠시마는 바로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증거입니다.)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탈핵을 약속한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건설허가를 연장하는 등 오히려 핵발전소를 늘리고 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외면한 채 방사능으로 신음하는 이웃의 호소에 귀를 닫고, 미래세대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또한 핵 사고는 무엇보다 수천, 수만 명의 생명과 관계된 일로 인간의 기본 생존권을 뿌리부터 흔드는 대재앙이라는 데 공감했습니다.

김윤호 / 원불교환경연대 활동가
(탐욕에 눈먼 이들과 탈핵 약속을 지키지 않는 무능한 정부 대신 자연의 경고에 귀 기울입니다. 지금도 진행 중인 방사능 유출로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피해 입지 않도록 모든 핵과 안전하게 이별할 것을 선언합니다.)

미국의 쓰리마일, 소련의 체르노빌, 그리고 일본 후쿠시마까지.

핵 기술로 인한 거듭된 대형 사고에 종교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탈핵 실천이 미래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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