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차 시배지가 화엄사 인근 구례 지역이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국내 권위 있는 관련 전문가들이 지난 달 27일 구례 백두대간 생태학습장에 모였습니다.

한국정토학회가 ‘지리산 구례의 차 문화와 화엄사의 문화유산’을 주제로 제24차 학술세미나를 열고 구례 지역의 차 역사와 화엄사를 조명했습니다.

덕문스님 / 구례 화엄사 주지
(화엄사와 구례를 중심으로 한 지리산 일대에는 한국 차의 대표적인 재배지이자 불교 차의 고향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차와 관련한 연구나 발표가 인근 지역에 비해 미비한 이유로 차의 역사성과 우수성이 덜 알려진 것이 사실입니다.)

유시문 / 구례군의회 의장
(이번 행사는 우리 명성 있는 교수님들과 연구원을 모시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심도 있게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만큼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 차의 기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신라 흥덕왕 3년 828년 “당에 보낸 사신 대렴이 차의 종자를 갖고 돌아오자 왕은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했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공식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동과 구례를 중심으로 지리산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제각기 차 시배지를 주장하며 전통성 확보에 힘쓰고 있습니다.

이 날 전문가들도 우리나라 차 시배지가 어딘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박동춘 /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이사장
(나중에 조금 더 화엄사와 관련된 특히 또 시배지와 관련된 문헌 자료가 조금 발굴된 다음에 이 곳 지리산의 확정 지역이 시배지 지역이 화엄사일 것인가 아니면 다른 지역일 것인가 라고 하는 재론의 여지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또 중국 문헌집을 토대로 신라 왕족 출신 김지장 스님이 당시 일부 왕족과 스님들이 즐기던 신라차를 당에 전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장성재 / 동국대 교수
(중국 구화산 관련 문헌인 구화시집과 구화산지에는 김지장이 신라차를 가지고 온 기록이 담겨져 있습니다. 삼국사기에 최초로 차나무 기록으로 명시된 828년 보다는 앞서기 때문에 김지장을 통해서 신라 차와 문화를 검토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화엄사 창건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는 흥미로운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스님은 ‘화엄사사적기’에 나온 544년 창건설에 의문을 제기하고 당시 화엄사 창건에는 신라 황룡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화엄사 창건주 연기조사가 ‘백지묵서화엄경’ 발원문에 나온 황룡사의 비 의상계 인물로 자장스님 계열의 화엄사상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자현스님 / 중앙승가대 교수
(대각국사 의천스님이 연기조사에 대한 기록들을 봤었던 분이거든요. 그 분이 기록한 ‘연기’도 한자가 이 ‘연기’에요. 신라 하대의 이분으로 거의 규정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분들(도선국사, 자장율사)과의 연결점이 뭐냐 하면 전부 황룡사다. 황룡사다.)

또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공양인물상의 왼손 지물이 그 동안 알려진 보주나 향로가 아닌 찻잔이라는 주장도 처음 제기됐습니다.

우리 차의 시배지가 어디인지 결론 내지 못했지만 차의 기원과 함께 화엄사 문화유산에 관한 흥미로운 퍼즐을 처음 맞춰봤다는 점에서 뜻 깊은 자리가 됐습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