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인근 차디찬 바닥 위에서 가사장삼을 수한 스님들이 목탁을 두드리며 사바세계를 떠난 한 사람의 고혼을 달랩니다.

한국마사회 조교사의 부정경마 지시와 비리 등 마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고 문중원 기수 1주기를 맞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24일 추모재를 봉행했습니다.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23일부터 오는 29일까지를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는데, 문 기수의 추모재는 스님들이 맡았습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문 기수 사망 이후 진상조사를 두고 시민단체와 마사회 간 교섭 결렬로 장례를 치르지 못할 때부터 분향소를 찾아 기도해왔습니다.

사노위 스님들은 1년 전 그날을 기억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원스님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문 기수께서 사망 후) 70일 넘게 냉동 탑차에 계실 때 저희가 와서 기도했던 그날이 생각납니다. 목숨을 희생하신 문중원 열사님의 그런 뜻을 기리는 방법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바꾸도록 계속 노력해야한다는 겁니다.)

마사회와 문중원시민대책위는 지난 3월 문 기수 사후 100여 일이 지나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여기에는 부정경마 지시 금지와 기수 권익 보호, 기승횟수 기준 미만 기수의 면허 갱신 불허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과 8월에도 과천 경마공원에서 말관리사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마사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 기수의 유족은 그동안 장례와 마사회 개혁에 힘을 보탠 사노위와 각 단체에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원했습니다.

오은주 / 故 문중원 기수 아내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은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빠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문군옥 / 故 문중원 기수 부친
(저희는 억울하게 죽은 자식 잃은 슬픔에 눈물보다 규명 과정에 다치고 불미스런 일까지 있었던 분들에게 죄송함과 고마움의 눈물이 나날이 됐던 것 같습니다. 죽는 날까지 이 은혜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주간에는 마사회법 개정을 위한 워크숍과 온라인 대중행동, 과천경마공원 앞 선전, 부산역광장 추모문화제 등이 진행됩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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