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의선사와 40여 년 우정 추사 김정희 특별전

'한편의 글을 그림처럼, 하나의 서화를 부처님 말씀처럼'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실학자이자 문장가로 독창적 서예 필법을 창안한 추사 김정희.

인생의 끝자락, 정치적 희생양이 돼 유배의 고초를 겪은 유학자는 서화일치 속 불멸의 작품들로 불교와의 깊은 인연을 당당히 세속에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한 ‘한겨울 지나 봄 오듯’ 특별전.

전시는 손창근 선생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를 중심으로 추사 김정희의 고난이 담긴 유묵과 서화 등을 통해 평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마련됐습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
(눈으로 한 번 보시고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새롭게 보입니다. (추사 김정희의) 쓸쓸함과 제자에 대한 고마움, 두 가지가 잘 나타난 위대한 그림인 것 같습니다.)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는 제주도 유배 당시 본인이 처한 상황을 비유적으로 해석, 마른 느낌의 붓질로 소나무와 잣나무를 표현했고 굳은 지조와 함께 제자에 대한 변함없는 의리를 담아냈습니다.

또, 평생의 벗이자 동갑내기였던 초의선사에게 쓴 편지도 공개됐는데 서화를 제작해달라는 지인의 청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시대를 풍미한 두 인물은 다도는 물론 허물없이 불법을 논하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다연/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김정희는 초의선사와 함께 40년이 넘는 우정을 지켜갔습니다. 특히 제주도에 유배 갔던 어려운 시절에 초의선사는 김정희를 찾아가서 그곳의 어려운 생활들을 위로했고 부인을 잃은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줬습니다.)

김정희의 또 다른 걸작인 ‘불이선란도’도 전시됐는데 마치 서예를 쓰듯 난초를 쳐내며 유마거사의 이야기와 함께 그림의 이치가 불교의 선과 통한다는 순간의 깨달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평안감사향연도’와 ‘연광정연회도’ 등이 전통 풍속화와 미디어 영상 등으로 재탄생하며 봄날의 따스함과 풍류의 역사를 동시에 전합니다.

오다연/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
(김정희는 본인이 예술세계에서 찾고 찾은 것을 불이선이라고 비유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오묘하고 깊은 뜻을 담고 있는 ‘불이선란도’는 글씨와 그림이 하나 된 듯하고 그의 예술과 학문이 일치하고 있으며...)

치밀한 필력과 불법의 향기로 세한의 깨달음을 맞이했던 추사 김정희.

삶의 고락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는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1월 31일까지 이어집니다. BTN 뉴스 이동근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