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말기의 학자이자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 선생.

지난 태풍 '링링'으로 소실됐지만 최치원 선생이 꽂은 지팡이가 나무가 됐다는 전설이 있는 '해인사 학사대 전나무'.

뛰어난 문필력을 지녔던 그는 신분타파 등 사회모순의 개혁에 힘쓴 지성의 선구자였습니다.

최치원 선생이 남긴 업적을 중심으로 후학들이 인문학 연구 등을 통해 학문적으로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해인사가 오늘 경내 보경당에서 인문과학연구소와 함께 '해인사와 최치원'을 주제로 1218주년 개산대재를 기념해 학술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현응스님 / 해인사 주지
(오늘 이 학술대회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치원 선생의 삶이 어떻게 해인사와 연결돼 펼쳐지게 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신라 사회의 누적된 모순이 심화돼 나타난 말기적 상황 속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삶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살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해인사 전계사 무관 대종사, 학인 스님들뿐만 아니라 국내 최치원 연구 권위자들과 경주최씨 중앙종친회 최천구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해 그동안 연구 성과를 짚었습니다.

해인사는 코로나19 본격 확산 이후 온라인 법회나 행사를 진행해 왔고, 이번에도 해인사TV를 통해 중계하는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최치원 선생의 안목을 통해 이 시대의 불교를 조망했습니다. 

최천구 / 경주최씨 중앙종친회 수석부회장
((해인사는) 인연이 참 깊은 곳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분이 마지막 여생을 여기서 작품 활동도 하시고 유품도 남기셨고 또 여기에서 말년을 보내셨어요. 그렇게 때문에 그 의미가 더욱 뜻 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토론회가 심도 있고 성과를 내는 이런 학술대회가 됐으면 합니다.)

세미나는 해인사 기록자 최치원, 최치원의 가야산 승선설화 연구, 최치원 가계와 불교인연, 최치원의 불교사상, 신라 말 최치원이 차 문화의 전파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4시간 가량 심도 있는 토론의 장이 됐습니다.

최영성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해인사결계량기라는 굉장히 중요한 글이 있는데요. 특히 말세에 가면 계율을 지키는 사람이 없죠. 굉장히 혼란합니다. 무질서합니다. 이럴 때야말로 불교적으로 돌아가서 계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거거든요.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넉자인데요, 이 난국을 풀어갈 수 있는 해법은 넉자다. 수계제자, 누구나 계율을 잘 지키고 ...)

정치적 개혁안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려고 했던 최치원 선생.

당시 골품제의 틀에 박힌 진골의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않자 관직을 버리고 가야산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네가 그 변화가 돼라'는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간디의 말처럼 비폭력 운동에 담긴 평화의 염원은 오늘날 업적과 성과를 내는 것보다 일에 대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BTN 뉴스 엄창현입니다.

엄창현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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