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랑식객이자 신심 깊은 불자인 임지호 셰프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세 명의 어머니를 그리는 108가지 요리와 지리산의 아름다움, 김순규 할머니와의 애틋한 정이 담겼는데요. 윤호섭 기자가 소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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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영화 예고편 싱크]

잡초와 이끼, 나뭇가지까지 자연의 모든 것을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친어머니와 양어머니를 여의고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자연을 대접하는 그의 삶이 한 편의 영상으로 극장가를 찾아갑니다.

오는 10월 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입니다.

밥정은 임지호 셰프가 생이별한 친어머니, 가슴으로 키워준 양어머니, 긴 시간 인연을 맺은 길 위의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과 진심으로 정성껏 차린 108가지 밥상을 담았습니다.

특히 10여 년 전 지리산에서 단천마을에서 인연을 맺은 김순규 할머니와의 애틋한 정은 관객의 마음에 큰 울림을 전합니다.

지상파 방송에서 다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임지호 셰프의 삶을 촬영해온 박혜령 감독은 식사를 통해 가족만큼 깊은 정을 쌓는 과정의 소중함에 주목했습니다.

박혜령 /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 감독
(이 영화를 봤을 때 우리는 어떤 걸 느낄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요즘에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는 경우보다 나의 동료, 나의 이웃사람들하고 음식을 통해서 만나는 일들이 더 많잖아요. 거기서 쌓인 정들이 가족의 정만큼 깊은 정이 생기거든요. 임지호 선생님이 김순규 할머니랑 쌓은 정이 그런 밥정이 아닐까...)

풀 한 포기와 낙엽더미도 임지호 셰프의 손을 거치면 든든한 한 끼로 모습을 바꿉니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게 없다는 그의 철학은 김순규 할머니에게 소박하면서도 풍성한 밥상으로 다가갑니다.

하지만 만남의 끝에 이별이 있듯이 길 위의 어머니인 김순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임지호 셰프는 세 분의 어머니를 위한 한상을 차립니다.

3일 밤낮을 요리해 103가지 음식을 만들고, 5가지는 음식 만드는 사람의 자세를 담은 무형의 접시에 담아냈습니다.

봉암사 선원을 비롯해 동화사와 해인사 등 전국 사찰 선방에 대중공양을 해온 그의 요리에는 늘 부처님 가르침이 고스란히 담깁니다.

어머니를 위한 108가지 음식 역시 한편으로는 참회를, 다른 한편으로는 인연의 감사함을 표하는 방법입니다.

임지호 / 자연요리연구가
(108가지 밥상이 어떻게 보면 참회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감사의 표시로 고마운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최고가 되겠다 이런 등수를 매기는 인생이 아니라 이 자체가 그냥 행복한 바다에 유영하고 있는 모두가 소중한 존재입니다.)

10대에 집을 떠나 세상을 떠돌며 모진 풍파를 겪은 임지호 셰프는 영화 ‘밥정’이 관객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침반이 없어도 표류하진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아온 그의 삶이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하나의 위안으로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임지호 / 자연요리연구가
(벽은 돌아가는 게 아니라 꿈을 그리는 곳이거든요. 꿈을 그리다보면 벽은 없어지고 길이 열립니다. 이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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