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사이 자리한 봉은사 일주문 앞에 이른 새벽부터 30여 명의 사부대중이 모였습니다.

매주 목요일, 만행결사 자비순례의 성공적인 회향을 위해 수도권 참가자들이 행선 연습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들은 가사장삼을 수하고, 재가자들은 걷기에 편한 복장을 갖춰 새벽 3시부터 연습에 나섰습니다.

평일인데다 각자의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사부대중은 인적이 드물고, 개인 일정을 방해하지 않는 새벽을 이용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3주간 500km의 대장정에 나서기 위한 체력단련이자 자비순례에 참여하는 한 명의 수행자로서 마음가짐을 다지는 자리입니다.

호산스님 / 만행결사 총도감
(2차 순례는 많이 보완돼야 할 부분들, 의제, 옷이라든지 행선 정진할 때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걸어야 되겠다는 여러 가지 숙제들이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서 목요일마다 만나서 정진하자는 의미도 가지고 있고요. 또 결사의 마음으로 열심히 걷고 있습니다.)

자비순례 참가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기 전까지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걸었지만 현재는 공원 출입 통제로 인해 강변길로 연습 코스를 변경했습니다.

특히 연습일이 매주 목요일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악천후를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날 역시 연습이 끝나갈 무렵 갑작스레 비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순례자들은 날씨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걸음을 내디뎌 봉은사로 돌아와 3시간의 연습을 끝마쳤습니다.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그랬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제자들도 환경에 얽매이지 않고, 수행과 전법의 의지를 다졌습니다.

윤성이 / 동국대 총장
(아침에 이렇게 사부대중이랑 같이 하니까 마음도 맑아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운동도 되고 그래서 아주 느낌이 맑고 청아하고 좋습니다. (비가 내리니까) 물론 어렵죠. 그렇지만 수행에 동참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오히려 이런 악조건이 우리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기도 하고 또 재미있습니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행결사 자비순례는 이처럼 많은 사부대중의 원력과 두터운 신심을 바탕으로 조금씩 영글고 있습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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