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베트남 출신 스님이 한국에서 처음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근세 한국과 베트남 선불교 연구로 동국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각려효스님이 주인공인데요, 한국과 베트남 간의 불교문화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스님의 이야기를 최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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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조계종립 동국대학교 2020년 가을학기 수여식에서 불교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모두 18명.

이 가운데 한국 최초로 베트남 출신 비구니 스님이 박사학위를 받아 화제입니다.

베트남에서 출가해 베트남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은 각려효스님은 ‘근세 한국과 베트남 선불교 연구-한국 서산종과 베트남 죽림선파의 비교를 중심으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3년 전까지 베트남에는 불교학 박사과정이 없어 많은 스님들이 외국에 나가 박사학위를 취득해야 했고, 각려효스님 역시 불교대학에서 강사 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와 박사과정을 밟게 됐습니다.

각려효스님 / 베트남·동국대학교 불교학 박사(전화인터뷰)
(동북아 불교 중 중국·일본 불교에 대한 연구자가 많은데 베트남에 한국 불교에 대해 연구한 학자나 스님이 없어요. 그 이유 때문에 우리 은사 스님이 북방 불교, 특히 한국 불교에 대해 공부하라고 하셔서 한국 동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입학했습니다.)

스님의 연구는 임진왜란 후 선교양종의 도총섭이었던 서산대사의 법맥으로 형성된 조선 불교 종단 서산종과 13세기 베트남 불교 황금기의 상징이었던 죽림선파를 비교하며 근세 시대 한국과 베트남의 선불교를 고찰했습니다.

몽골의 침입을 세 번 격퇴해 특히 애국심과 호국 정신이 남달랐던 쩐 왕조 시기 황제가 출가해 직접 만든 죽림파는 호국불교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서산종과 비슷합니다.

각려효스님 / 베트남·동국대학교 불교학 박사(전화인터뷰)
(특히 쩐 왕조 시기는 우리나라 독립 정신이 강했던 시기입니다. 몽골군도 세 번 물리치고 그 때 스님들은 직접 참전하지 않지만 모든 전략을 세우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 역할을 맡았습니다. (서산종과) 공통점은 입세정신이고 나라의 위기에 따라 같이 참여한 호국불교라는 공통점이 강합니다.)  

스님은 학업 외에도 10년째 한국에 머무르며 베트남과 한국의 불교문화 교류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법회와 템플스테이·성지순례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돌아가기 전 한국에서 베트남불교문화센터를 건립해 주한 베트남인들의 신행생활을 돕고, 베트남 문화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체험 활동도 제공하고자 합니다.

각려효스님은 학술적으로도 베트남 불교대학과 한국 중앙승가대·동국대 간 MOU 체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각려효스님 / 베트남·동국대학교 불교학 박사(전화인터뷰)
(베트남 불교대학은 지금 천여 명의 스님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태국의 마하출라롱컨 등 세계 불교대학들과 MOU를 갖고 있어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교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양국 간 불교 분야에 대한 더 많은 교류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 최초로 베트남 출신 비구니 스님이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인구 70%가 불교 문화권에 속한 베트남과 한국 간 불교 문화 교류에 큰 의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BTN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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