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고려 고승의 생전 모습을 형상화한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지정됩니다. 현존하는 초상 조각 중 가장 오래된 유물로 원형의 보존성과 생동감 넘치는 기법, 인물의 역사성 등 탁월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동근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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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지난 2018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국민과 함께하는 고려대장경, 희랑대사좌상’ 이운행사.

당시 취타대와 전통 의장대의 호위 속에 꽃피운 성보의 행렬은 고려건국 1100주년의 뜻 깊은 의미를 알리며 수많은 시민들에게 환희심을 각인시켰습니다.

팔만대장경과 함께 법보종찰 해인사의 또 다른 상징인 보물 제999호 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됩니다.

성보는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활동한  희랑대사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고려 10세기 전반에 제작돼 현존하는 최고 초상 조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고승의 조각상이 다수 발견됐지만 우리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실제 생존했던 선승의 모습을 재현한 유일 조각품으로 전래되고 있습니다.

경성스님/ 해인사 희랑대 감원 (전화인터뷰)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에 건칠좌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주름과 목의 형태, 핏줄 등 실제 사람의 형태를 그대로 표현한 부분이 있어서 그 당시의 조각승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는...)

성보 조사에서 이뤄진 연구 중 탁월한 보존성이 드러났는데 얼굴과 가슴, 무릎 등 앞면은 건칠로,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별다른 이상 없이 당시의 원형을 간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건칠기법 적용으로 육체의 굴곡과 피부 표현 등이 자연스럽고 아담한 등신대와 미소가 엷게 퍼진 입술, 노쇠한 살갗 위로 드러난 골격 등 생동감이 넘치는 표현이 돋보입니다.

조선시대 고서인 ‘유가야기’에 따르면 희랑대사는 화엄학에 조예가 깊었던 학승으로 해인사에 머물며 정진했고 태조 왕건의 스승이자 고려 건국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성스님/ 해인사 희랑대 감원 (전화인터뷰)
(해인사의 중창조 스님으로서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들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희랑대사에 대해서 빼어난, 천재적인 학승이라고 칭송했습니다.)

‘흉혈국인’이라는 별칭을 상징하듯 가슴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특징도 보이는데 해인사 설화를 보면, 희랑대사가 스님들의 수행을 돕고자 행한 것으로 전해지고 여타 조각상을 통해 신통력을 동시에 내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성스님/ 해인사 희랑대 감원 (전화인터뷰)
(가슴의 구멍은 주변을 밝게 밝히고 여러 중생들의 삶을 지혜롭게 이끌어 주는 모습을 ‘흉혈국인’으로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의 뚜렷한 역사성과 예술적 가치는 물론 고려시대 초상조각의 실체를 일러주는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성보의 국보 지정을 확정할 계획입니다.
BTN 뉴스 이동근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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