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경술국치 110주년입니다. 구한말 민족의 사상을 지배하려는 일본 불교의 침투와 병합 시도에 맞서 뜻 있는 스님들이 임제종을 세우고 저항 운동을 전개했는데요. 최준호 기자가 임제종 운동을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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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110년 전 오늘, 일본은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한국의 국권을 피탈했습니다.

당시 한국 불교의 유일한 종단이자 일본 불교의 지원을 받던 원종 대종정 이회광은 독단으로 일본의 조동종과 연합조약을 맺고 체맹결약문 7조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인 원종이 일본 조동종에 예속됨을 내포하는 결약문의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의 스님들 사이에서 반대의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만해 한용운스님, 석전 박한영스님 등을 주축으로 전국적인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1911년 1월 순천 송광사에서 원종을 부정하는 새로운 종단인 임제종을 세우기로 결의했습니다.

고영섭 / 한국불교학회장(전화인터뷰)
(이제는 원종의 체맹을 파괴하기 위해선 다른 종을 별도로 세워서 원종을 자멸케 하는 것이 첩경이라는 견지에서 전라도 지리산 일대 승려들 중심으로 송광사에서 승려 대회를 열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임제종 운동이 시작되는 겁니다.)

관장으로 경운스님이 추대되고, 연로한 경운스님을 대리해 만해스님이 종무를 맡아 광주 등지에 포교당을 설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서울의 원종과 대치하던 호남의 임제종은 임시 종무원을 동래 범어사로 옮긴 후 대구·부산·서울에 포교당을 세우면서 교세를 전국적으로 확대합니다.

만해스님은 서울에서 용성스님과 만나 지금의 인사동에 임제종 중앙포교당을 열었고, 중앙포교당은 첫 개교식에서 입교자가 800여 명, 구경꾼이 1300여 명이 몰리는 등 임제종에 대한 민중의 호응이 컸습니다.

고영섭 / 한국불교학회장(전화인터뷰)
(살아있는 종교로서, 정신으로서의 구심은 역시 불교였지 않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수 있지 않았는가. 자존심과 우리 전통 사상에 대한 자긍심이 애국심과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임제종의 교세 확장 운동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조선총독부가 ‘사찰령’을 근거로 1912년 6월 원종과 임제종을 모두 철폐하고 한국 불교를 조선불교선교양종 30본산으로 통합하면서 임제종 운동은 1년 6개월 만에 좌절됐습니다.

용성스님은 임제종 탄압의 부당함을 알리고 민족 불교를 등진 원종 세력을 비판했으며, 이후 1920년대 대각교 운동으로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계속 지켜나가고자 했습니다.

비록 단명했지만, 임제종 운동은 일제강점기 한국 불교의 전통을 수호함과 동시에 개혁과 자주화 의지를 보여주는 시초였고, 이후 불교계 독립운동가들의 사상적 구심점 역할이 될 수 있었습니다.
BTN뉴스 최준호입니다. 

최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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