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계종의 초석을 정립한 한암스님을 조명하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국내 최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자현스님의 다섯 번째 박사학위 논문을 책으로 엮어 냈는데요. 수행자의 모습을 몸소 실천하며 한국불교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한암스님의 이야기를 정준호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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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근대 한국사의 암울한 시기동안 한국불교가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한 한암스님.

4차례에 걸쳐 교정과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돼 청정한 계율정신을 몸소 실천하며 선계일치의 삶을 살아온 한암스님이지만 관련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자현스님은 한암스님 연구가 부족했던 이유에 대해 스님이 주석했던 오대산 일대가 1․4후퇴 당시 국군에 의해 소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자현스님은 한암스님의 선승으로서의 면모를 탐구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논문을 발표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자현스님/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우리는 30분 예불을 하고 빠져나오죠. 그리고 기도하시는 분만 기도를 하세요. 한암스님은 당신이 뒤에 두 시간 정근을 하는, 옛날에는 더 길었어요. 두 시간 정근을 하는 데까지 서서 계셨어요. 이런 청정한 기상을 보였다는 것이 지금 현대사회에서 이런 어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자현스님은 한암스님의 기개를 엿볼 수 있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총독 미나미의 초청 요구를 “산문을 나서지 않는다”는 수행원칙으로 단번에 거절했습니다.

이후 부총독인 오노로구이치로가 찾아와 태평양전쟁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덕이 있는 나라가 이긴다고 답해 상대를 오히려 감복시켰습니다.

한암스님은 <경허행장>을 통해 걸림 없는 언행인 ‘무애’의 행동방식으로는 한국불교가 존립할 수 없다며 가르침은 배우되 행은 따르지 말고 ‘종교는 사회를 계몽해야 한다’는 본질을 강조했습니다.
 
자현스님/중앙승가대학교 불교학부 교수
(그런 방식으로는 종교가 사회를 리드할 수 없다고 판단을 하시는 거예요. 일단 종교는 깨끗해야 하고 맑아야 되고 지금도 그렇잖아요. 코로나 정국이 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뭐냐면.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절이잖아요.)
 
한때의 기이한 행적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만 평생을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하려면 진정한 수행자가 아니면 이룰 수 없다고 말하는 자현스님의 <시대를 초월한 성자, 한암>.

종교가 위태로운 시대, 대중과 함께 하며 청정한 계율 정신을 몸소 실천했던 한암스님의 가르침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지남이 되고 있습니다.

BTN 뉴스 정준호입니다.

정준호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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