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전에 공양 올렸던 소금단지가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손에 들려 대웅전 어간문 밖으로 나옵니다.

서울 조계사가 오늘 단오를 맞아 신도들의 안녕과 행복을 발원하며 마련한 단오재 ‘화기애애(和氣愛愛)’ 현장입니다.

예로부터 음력 5월 5일은 양기가 가장 센 날로 여겨, 사찰에서는 화기를 누르기 위해 물의 정수인 소금을 땅에 묻었습니다.

대부분 목조건물로 이뤄진 사찰은 화재위험이 높기 때문에 통도사와 해인사 등의 대형사찰들은 전각 지붕에 소금단지를 놓거나 땅에 묻으며 방재를 기원하는 풍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날 지현스님은 한지에 한자로 물 수(水)자를 쓰고, 이를 소금단지에 묶어 사부대중과 함께 대웅전 해태상 옆에 묻었습니다.

지현스님은 여름에 일어나는 열기가 개개인에게는 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럴 때 자비의 마음을 발휘해 극복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지현스님 / 조계사 주지
(옛 의학서에 수승화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머리는 서늘하게, 배는 따뜻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가 아주 뜨거워집니다.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성냄과 어리석음의 화기를 눌러야 되겠죠.)

조계사는 여든 살이 넘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세족식도 마련했습니다.

지현스님을 비롯해 부주지 원명스님 등 사중 스님들은 총 10명의 어르신들 앞에 무릎을 꿇고, 창포물로 정성을 다해 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수십 년간 부처님만을 바라보며 신행생활을 이어온 어르신들의 발에는 어느덧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주름이 생겼습니다.

스님들은 어르신들의 발을 어루만지며 평생을 이어온 자비행에 존경을, 어르신들은 스님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인사를 표했습니다.

복기동(84) / 조계사 신도
(제가 40년 동안 조계사를 다녔는데 주지 스님께서 직접 발을 씻어주시고, 건강하라고 말씀해주시니까 너무 감사하고 감개무량했습니다.)

조계사는 행사에 참석한 모든 대중에게 복된 가정을 만들고, 지혜를 찾으라는 의미로 단오 부채와 소금을 나눠줬습니다.

지현스님의 주지 부임 이후 시작된 조계사 단오재는 한국불교 1번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자리 잡을 전망입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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