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음>
스님 불 들어갑니다.

엄한 스승이자 진실한 수행자로 후학 양성에 매진한 대강백 지흥당 백운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

스님의 법구는 이내 바람이 돼 백암산 상왕봉으로 올라갑니다.

문도 스님들과 사부대중은 안타까움에 눈물로 스님을 떠나보냅니다.

백양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에 조계종 원로의원 암도스님, 범어사 원로 흥교스님을 비롯해 각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과 사부대중이 모여 스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습니다.

무공스님/ 장성 백양사 주지
(시시처처 뚜렷이 밟고 자유스러웠던 스님의 본분의 진상을 다시 한 번 보이십시오. 생전에 천지를 뒤집고 백억화신을 부리던 그 진용을 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다섯 살 때부터 강진 화방사에서 지낸 스님은 한국전쟁에 끌려가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생사의 경계를 경험했습니다.

절로 다시 돌아온 스님은 선방 수좌가 된 것을 세 번째 출가라 여길 만큼 큰 복을 받았다며 후학들에게 참선 수행의 중요성을 설해왔습니다.

하지만 선도 교가 없으면 뜬 구름과 같다며 어느 한 곳에 치우침 없는 수행이 먼저라고 강조했습니다.

백운스님 / 생전육성 법문(2006년 10대 강백 초청 봉선사 강설대법회)
(만약에 교가 선보다 못하다면 교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수가 없어요. 선으로 다 만들어 버리죠. 또 마찬가지로 선이 아니면 교를 또 말할 수가 없어요.)

불교 경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화엄사 강주를 시작으로 범어사, 송광사 등에서 후학 양성에 매진해 온 스님은 ‘하루 100자 한문 외워오기’를 단골 숙제로 냈던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꿀밤 한대 안 맞아 본 제자가 없을 정도로 치문 읽기를 강조하며 제자들을 경책했던 스님은 70이 넘은 나이에도 품에 한문풀이 쪽지를 품고 다닐 정도로 지독한 공부벌레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런 스님도 선배 출가자로서 겪었던 고뇌와 갈등을 대중법회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수행자였습니다.

백운스님 / 생전육성 법문(2001년 화엄사 보살계 수계법회)
(중노릇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요즘에 나이 칠순 되니까 느껴져요. 중노릇이 어렵구나. 젊어서도 유혹도 받고 유혹에 빠져도 보고 했습니다만 중노릇 지금까지 한 것이 지금까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얼마나 어려웠던 것인가를 항상 반성합니다.)

단명한다는 소리에 놀란 부모님 손에 이끌려 부처님을 만나게 된 다섯 살 소년.

평생을 공부와 수행으로 정진하며 후배들을 위해 불법을 펼치고 대강백이 된 소년은 이제 다시 바람이 돼 머나먼 적멸의 길로 떠났습니다.

BTN 뉴스 김민수입니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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