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희생자들을 넋을 기리는 10만개의 등불이 해인사 일대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흰 광목천으로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길을 망자들이 따라 걸으며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합니다.

국악대의 기상 트럼펫 연주에 따라 망자들이 저승 명부에서 몸을 일으켜 인로왕보살의 번을 따라 몸과 마을을 정화하기 위해 관욕단으로 이동합니다.

국군과 유엔군, 남북 민간인을 비롯한 다섯으로 구분한 망자들은 법식으로 정화하고 부처님 전에 좌정합니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해인사가 오늘 인도적⋅종교적 차원에서 당시 희생한 국군과 유엔군, 북한군과 중공군, 남북 민간인 등 138만 명을 기리는 수륙대재를 비로탑 앞에서 봉행했습니다.

해인사 승가대학 학인 스님들의 법고와 명종5타, 분향과 헌화로 시작해 대령관욕 의식, 위령 천도로 이어진 수륙대재는 동족 간 서로 총부리를 겨눴던 아픔을 70년이 지나 화합과 평화의 장으로 승화됐습니다.

원각스님 / 해인사 방장
(온 국민의 해원의 염원을 담은 정성스런 수륙대재 공양을 받으시고 본심으로 돌아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여 고통에서 벗어나 안락을 누리시고, 세계에 평화가 깃들길 축원 드립니다.)

전통의 수륙대재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수륙대재는 불교만의 의식이 아닌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의 소통과 화합, 평화의 염원을 담은 소통의 장이 됐습니다.

원행스님 / 조계종 총무원장
(해인사에서 봉행되는 수륙대재는 어둠을 걷어내고 아직 치유되지 않은 많은 전쟁의 희생자를 천도해 새 시대로 나아가자는 불교계의 다짐이며 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야단법석인 것입니다.)

이번 수륙대재에는 조계종 원로의장 세민스님, 호계원장 무상스님,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스님, 범어사 주지 경선스님, 군종특별교구장 혜자스님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문준희 합천군수 등 정관계인사와 사부대중 100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김경수 / 경남도지사
(나라를 지키는 호국불교에 상징인 이곳 해인사에서 수륙대재를 통해서 그동안 쌓인 138만의 원혼들이 회원하고 그를 통해 상생하고 지금 어려움에 빠져있는 남북관계가 하나하나 풀려나가는 그러한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유엔참전국인 터키, 프랑스, 콜롬비아, 태국, 네덜란드 주한대사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에르신 에르친 / 주한 터키 대사
(평화는 모든 나라의 희망이자, 모든 정치인의 약속이며, 모든 종교화 신앙의 목적입니다)
요안나 도너바르트/주한 네덜란드 대사
(이 수륙대재가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한 위령제일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세상, 평화로운 미래를 민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에게도 격려가 되는 의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해인사에서 봉행된 수륙대재는 70년을 이어온 동족상잔의 아픔과 원한을 씻어내고 해원상생을 이뤄 남북겨레의 화합과 평화를 이루는 마중물이 되기 위해 열렸습니다.

특히 분열과 대립, 갈등과 분쟁의 근원에 깊이 자리 잡은 한국전쟁 희생자들의 한을 풀고, 상생과 평화의 길로 함께 나아가자는 기원을 담았습니다.

해인사 수륙대재는 BTN불교TV를 통해 오는 11일 오후 3시, 14일 오전 11시 30분, 15일 오후 9시에 방송됩니다.

BTN 뉴스 엄창현입니다.

엄창현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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