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전체로 퍼져나가는 힘찬 명고소리가 자비의 함성으로 메아리칩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성스러움은 사부대중의 합장으로 승화되고 경내를 장식한 반야심경은 깨달음의 지혜와 함께 고난극복의 성취가 머지않음을 일러주는 듯합니다.

천년고찰 강남 봉은사가 오늘 대웅전 앞 특설무대에서 불기 2564년 봉축법요식과 코로나19 종식 기도 회향법회를 봉행했습니다.

뜻하지 않은 재앙으로 봉축법요식 한 달 연기와 연등회 취소 등 어느 해보다 힘든 나날을 겪고 있지만 호국불교의 사명아래 불자들의 눈빛은 희망으로 가득 찼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각종 의식이 장엄됐습니다.

행사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주지 원명스님과 태영호 의원, 김상훈 신도회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원명스님/ 봉은사 주지
(나보다는 우리 이웃을 위해 배려하고 기도하고 함께하는 상생과 화합, 평화를 위한 정진이 바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은 조계종 전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퇴임 이후 첫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의미를 더했습니다.

지난 2017년, 8년간의 총무원장 소임을 마친 자승스님은 백담사 무문관 수행에 들었고 지난해 상월선원 천막결사로 혹독한 정진과 새로운 신행문화를 남기며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승스님은 올해 법요식 법문을 준비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 아쉽게 낙선한 참석 내빈들에게 축사를 청하고 싶다며 짧은 인사말을 남겼습니다.

자승스님/ 전 조계종 총무원장·봉은사 회주
(다짐과 원망과 후회스러움, 좀 더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 결심이 아마 코로나를 해소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은 생각에 떨어진 두 분을 모시고 대신 법문을 청하겠습니다.)

이어 참석 사부대중은 부처님 가르침을 근본으로 바이러스 종식과 치유의 염원이 담긴 기도정진을 행하며 운명 공동체의 가치를 일깨웠습니다.

합장 속에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는 불법이 울려 퍼졌고 뭇 생명의 평화와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마음이 모아졌습니다.

봉축 발원문 중
(오늘 저희들은 그 어느 해보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마음의 등불을 밝히고자 서원하오니 섭수하여 주시옵소서.)

지구촌 인류의 화합과 삶의 평온을 발원하며 부처님이 나투신 의미를 되새긴 강남 봉은사.

사찰이 전한 인드라망의 화두는 도심 전체를 적시며 더할 나위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BTN 뉴스 이동근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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