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밀집사육시설이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기획보도 ‘공생의 가치 채식’ 두 번째 순서에서는 밀집사육시설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비참한 삶을 돌아봅니다. 윤호섭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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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기계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사료통이 열립니다.

좁은 철창에 갇혀 겁에 질린 수백 마리의 돼지들.

마트 정육코너에선 어린 아들이 엄마에게 돼지고기를 사달라고 떼를 쓰다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공장식 밀집사육시설과 산골농장에 사는 돼지를 각각 마주하면서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돼지고기의 생산과정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 황윤 감독의 <잡식가족의 딜레마>입니다.

밀집사육시설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몸을 운신하기조차 힘든 환경에서 강제적으로 사료를 먹고, 자연스런 성장과정보다 빠르게 몸집이 커집니다.

정신적인 성장은 이뤄지지 않은 채 몸집만 커져 도축되는 겁니다.

이처럼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밀집사육시설의 비인간적인 사육과 도축 환경으로 인해 채식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황윤 / 영화감독(전화인터뷰)
(가장 큰 충격이 암퇘지 스톨이었어요. 스톨이 감금틀인데요. 거기에서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시키고 새끼를 낳게 하고, 새끼 낳는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도살장으로 가게 되는... 그 다음에 새끼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며칠 안 돼서 송곳니하고 꼬리가 잘리더라고요. 돼지들의 이빨과 꼬리를 잘라버림으로써 서로 (스트레스로) 상처 내는 것을 막는 관행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때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광우병과 구제역 살처분, 살충제 달걀 파동은 밀집사육시설의 열악한 환경에서 비롯된 사회문제입니다.

사회심리학자이자 책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의 저자 멜라니 조이는 육식주의를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규정합니다.

멜라니 조이 박사는 인간이 고기를 먹을 때 살아있는 소와 돼지를 떠올리지 않는다며, 육식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 과정에는 사라진 연결고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개와 소, 돼지에 대한 일관성 없는 인간의 태도는 부조리한 논리에 휘둘려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육식 정당화를 3N으로 규정하면서 육식이 정상적이고, 자연스럽고, 필요하다는 논리가 하나의 신화로 굳어져, 인간의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말합니다.

황윤 / 영화감독(전화인터뷰)
(저도 불자지만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 불살생이었고,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는 연기법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자비와 지혜를 생각한다면 약자 중의 약자인 동물들에 대한 가혹한 폭력적인 시스템을 멈춰야 되는 건 너무 분명한 것이고... 그들에 대한 착취를 멈추지 않는 한은 그 업보가 우리에게 카르마가 돼서 돌아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로 그 증거고요.)

상구보리 하화중생으로 대변되는 지혜와 자비는 불교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육식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밀집사육시설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을 헤아려볼 때입니다.

BTN 뉴스 윤호섭입니다.

윤호섭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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