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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사찰에 싼타가?

 구례 화엄사 종무소.

한 비구니 스님이 탁자위에 빨간 색지를 펼쳐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한참을 혼자서 선을 긋고 종이 자르기를 반복하더니 옆을 휙 둘러본다.

짧은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커터 칼을 쓱 내민다.

“안 바쁘죠? 기자님. 주말에 애들이랑 ‘차걸이’ 만들려고 하는데 칼질 좀 하세요”

“무섭게 칼질이요 스님. 근데 ‘차걸이’는 뭐에요?”

“차안에 물건 걸 수 있게 만든 건데 아이들이랑 만들어서 팔려고요.
화엄음악회 때 팔아서 아이들이랑 간식도 먹고 영화도 보러 가려고요”

연수국장 선타스님이다.

‘참선’ 선(禪)에 ‘아미타불’ 타(陀)의 법명은 ‘참선으로 아미타부처님처럼 깨쳐라’고 출가 사찰인 석남사 노스님께 받았다.

선타스님은 화엄사에서 어린이법회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소임을 맡고 있다.

항상 웃으며 유쾌하게 사람들을 대한다.

“스님 저 급한 약속이 있어서요”

웃으며 도망치듯 종무소를 빠져나오니 뒤통수가 여간 따갑지 않다.

횟수로 이제 2년 째 어린이법회를 운영하고 있는 선타스님은 법회에 필요한 자료와 프로그램, 아이들 간식 등을 준비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이법회를 통해 대략 50 여명의 아이들이 매 주 일요일 스님과 함께 부처님을 만나며 마음속에 자비심을 키워가고 있다.

화엄사는 어린이법회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 사찰에서 비용의 절반을 지원해 가을 해외탐방도 실시하고 있을 만큼 교구장 덕문스님이 의지를 갖고 미래세대 포교를 위해 힘쓰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어린이법회를 책임지고 있는 선타스님은 9살 때부터 부모님 손을 잡고 여수 한산사에 다녔다고 한다.

“절에 오면 스님들이 잘 놀아 줬어요. 젊은 스님들과 탁구, 축구, 배드민턴하면서 놀았어요. 거의 살다시피 했었죠”

스님들 방청소는 물론 제사 때면 불단에 올릴 ‘과자 고임새’와 불기 닦는 일 등을 하면서 스님들과 절에서 재밌게 놀았다.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부처님을 일찍 만나게 된 스님은 20살, 마음에 씨앗이 그 꽃을 피워 출가했다.

그런 인연으로 스님은 아이들에게 부처님법을 전하는 어린이 포교 활동에 관심과 열정이 남다르다.

스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들은 고마움을 담아 특별한 별명을 선물했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나눠준다는 이야기 속 주인공 싼타클로스 이름을 붙여 ‘싼타스님’

종교를 초월한 재밌는 별명이 신선하다.
 

그런 선타스님의 열정을 평소 눈여겨 본 화엄사 교구장 덕문스님은 연수국장 소임 자가 자리를 옮기자 올 봄부터 템플스테이 운영도 맡아서 해보라는 특명을 내렸다.

“첫 날 저녁 차담을 하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가슴이 뛰어서 말이 안 나오는 거에요”

“다 큰 어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막막하더라고요”

하지만 스님은 특유의 긍정의 힘과 에너지로 잘 헤쳐 나가고 있다.

항상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소감문을 다 읽고 뭔가 부족함이 없는지 살핀다.

그러다 가슴 뭉클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말하는 선타스님.

“내가 다 큰 어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뿌듯해요.
그러면서 저도 다시 어떤 영향을 받고요”

“나로 인해 인생을 보는 방향을 틀어서 선한 쪽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좋죠”

“처음에 못한다고 교구장스님께 말씀드렸는데 지금은 정말 잘했다는 마음이 들어요. 왜 저에게 이 일을 하라고 하신지 좀 알 것 같아요. 앞으로 말씀 잘 들어야겠어요.”하고 웃는다.

스님은 최근 명상과 템플스테이를 함께 할 수 있는 집중수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명상법’을 가르치고 있다.

명상을 통해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때 기분이나 감정속으로 들어가 어떻게 하면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지를 깨닫게 한다.

또 이렇게 명상을 가르치면서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죠.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잘 행동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지치고 부딪히기도 하죠. 마음을 바꿔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사실 힘들어요”

출가를 고민했던 화엄사로 돌아와 선물보따리에 가득 담아온 긍정의 힘을 아이들과 방문객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싼타스님’

스님의 진심이 널리 전해져 씨앗이 되어 언젠가 사람들 마음속에 부처님 꽃이 피기를 기대해본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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