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영화 ‘나랏말싸미’ 기획보도 4번째, 오늘은 신미대사의 제자인 학조대사를 조명합니다. 영화 속에도 등장한 학조대사는 다양한 경전을 번역하고 쉬운 표기법을 제공하며 한글홍포에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동근 기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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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조선 초기 인물인 학조대사는 1431년 태어나 13세의 나이에 안동 광흥사의 산내 암자인 애련사에서 출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학덕이 뛰어난 당대의 명승으로 세조 당시 국사를 지내며 웅문거필의 문호로 칭송됐지만 그동안 학조대사의 업적에 관해 크게 조명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신미대사의 첫 번째 제자 격으로 두 고승의 인연은 직접적으로 전해지지 않지만, 학조대사의 범상함을 단박에 알아챘다는 설이 있고 영화 ‘나랏말싸미’ 속에는 뛰어난 암기력과 언어능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됐습니다.
학조대사는 세조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유명한데 당시 신미대사, 학열스님과 함께 월인석보을 간행하는 등 수많은 경전을 한글로 번역, 간행했고 전국 사찰의 대형불사도 지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우영 / 동국대 국어국문ㆍ문예창작학부 교수 (전화인터뷰)
(학조대사는 신미대사의 큰 그림자에 가려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당시 15세기 문헌자료를 쭉 조사해 보면 학조대사가 간경도감에 참여한 승려입니다.)
무엇보다 학조대사의 업적은 다양한 경전 언해 편찬과 한글 표기법의 대중화에 있습니다.
세조 승하 이후 간경도감 폐지로 인해 불경언해 편찬사업이 위축됐지만, 자성대비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금강경삼가해언해’와 ‘관음경언해’ 등을 번역했고 우리말 ‘육조단경언해’도 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서들은 오늘날의 정부간행물과 같은 성격을 지니며 훈민정음 표기법과는 달리 백성들이 쓰기 쉬운 언문표기법으로 바뀌어 있어 국어학사적으로 중요한 문헌이라는 평가입니다.
정우영 / 동국대 국어국문ㆍ문예창작학부 교수 (전화인터뷰)
(세조가 한글표기법에서 어떤 식으로 바꾸려 했는지를 이미 (간경도감에서) 알아버린 겁니다. 그러고 나서 육조단경이 나오는데 그 책에서 표기법이 확 바뀝니다.)
정우영 교수에 따르면 학조대사가 추구하는 표기방식은 세조가 간경도감을 통해 추진하려던 개정방식을 계승한 결과로 보인다며, 각자병서와 여린히읗과 같은 글자가 쓰이지 않아 쉬운 버전의 표기법을 알리고 한글홍포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우영 / 동국대 국어국문ㆍ문예창작학부 교수 (전화인터뷰)
(훈민정음 표기법에서 언문 자모식, 그러니까 기역, 니은, 디귿 등으로 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학조스님이 했습니다.)
신미대사의 제자로 왕실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한글 보급화에 큰 업적을 남긴 학조대사.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학조대사의 역할을 재조명해 고승을 향한 선양사업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BTN 뉴스 이동근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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