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 내려놓고 출가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월우스님

“세간의 소문에 수행자로서 참회한다. 그 동안 힘들었고 지병이 악화돼 모든 소임을 내려놓고 출가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겠다.”

월우스님이 지난 29일 세줄 가량의 입장문을 통해 대흥사 주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승가에서는 본인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해남 군민들과 지역 불자들 사이에서도 월우스님의 대흥사 주지 사퇴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한다는 이야기가 현재 대부분이다.

평소 월우스님을 지켜본 대흥사 신도들은 특유의 정 많고 사람 냄새 나는 스님의 인간적인 모습 때문에 사중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월우스님은 그 동안 대흥사와 승가공동체를 위해 발로 뛰었던 그야말로 ‘사판승’이었다.

‘사판승’ 이라하면 주로 절 살림살이를 담당하는데 스님들의 수행공동체 ‘승가’는 참선, 경전 연구 등 공부하는 ‘이판승’과 행정하는 ‘사판승’으로 나뉜다.

한 스님은 ‘이판승’이 수행자로서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뒷 받침해주는 ‘사판승’이 있어야 선지식도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사판승’ 월우스님은 지난 4년 동안 무난하게 대중 스님들 외호하면서 대흥사를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님은 인근지역 거의 모든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주민들과 소통했고, 서울과 땅 끝 해남을 오가며 대흥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앞장섰다.

또 지역 정치인과 단체장들에게 지역민들이 지켜나가야 할 대흥사의 가치 있는 문화유산을 설명하고 설득해 관련 예산을 끌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월우스님과 대흥사 대중 스님들이 화합하고 노력함으로써 땅 끝 가난한 교구본사 대흥사는 지난 몇 년 동안 ‘호국’과 ‘차의 성지’, 유네스코가 그 가치를 인정한 ‘세계적인 사찰’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두운 일도 생기 듯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결국 스님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부처님의 진리인 ‘연기법’에서 보듯 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어 생기고 그 원인은 스님의 행동에서 출발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스님의 결정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타 종교의 지도자와는 다르게 본인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직 승가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제 참회하고 수행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월우스님에게 그 동안의 수고에 감사하고 격려하는 불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