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탐방객들한테 욕 안 먹는 게 어디에요?”

입장료폐지 협약식과 관련해 천은사 주지종효스님이 답한 얘기다.

그간 얼마나 스님의 마음이 불편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천은사 입장료 문제에 대해 어느 스님의 탄식과 같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천 년 전 산에 절을 짓고 수행하며 대대로 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산 경치가 좋고 오래된 조각상도 예쁘다고 구경하러 찾아오더니 지금은 나라에서 사찰 소유의 땅인 마당까지 길을 내고 거기에 국립공원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대대로 살면서 수행하는 곳. 그것도 불도를 닦겠다며 머리를 깎고 세속을 떠나 산으로 왔는데 지금은 공원이 돼버렸다”는 이야기다.

4월 29일 천은사 입장료 폐지 협약식 후 언론과 인터넷에는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와 관련해 해당 사찰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산적 통행료’라는 비난의 의미 이름도 서슴없이 쓰고 있다.

종교인이 마치 돈을 밝히는 것 같은 뉘앙스와 ‘국립’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행사마저 무력화시키는 분위기다.

천은사 협약식에서 밝힌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의 “천은사 천년문화와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국민들께 보시하려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불법을 전하기 위해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 산으로 간 스님들이 어느새 ‘산적’이 되어버렸다.

천은사가 자리한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처럼 국립공원으로 지정할 때 토지를 매입하거나 땅 주인에 대한 보상이나 사용료도 없었고 ‘동의’ 조차 구하지 않았다.

당시 군사정부는 사찰 소유의 토지를 일방적으로 군사작전 도로로 만들었다.

그 후 1988년 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벽소령관광도로를 개발하고 구례에서 남원 반선까지 구간을 포장해 국도로 사용해 왔다.

그 동안 천은사는 문화재보호와 수행환경에 대한 문제해결을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공원이용료와 함께 징수해 온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문화재 관람료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되자 직접 매표소를 설치해 지리산을 찾는 방문객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결국 국립공원의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모든 갈등과 문제가 시작됐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빠져 있는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사찰측에 계속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국립공원 내 전체 토지의 7%는 사찰 소유의 땅이며, 그 안의 전통사찰은 문화재를 유지 보존하는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가야산국립공원과 내장산국립공원의 경우각각 해인사와 내장사의 토지가 약 80%가 넘는다.

등산객들은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국립공원인 산에 가는데 통행료로 돈을 내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한다.

그 사람들에게 ‘우리가 매일 당신 집 앞마당을 아무 말 없이 지나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2008년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불탔을 때 너무나 참혹한 광경을 TV로 보며 눈시울을 붉혔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의 전통 문화재를 잘 지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말을 지금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임진왜란의 전쟁에도 팔만대장경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의ㆍ승병들 이야기를 어렸을 적 역사 교과서에서 읽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이라면 석굴암과 불국사에 들러 석가탑을 보고 찬란했던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인정하며 ‘원더풀, 뷰티풀’을 외친다.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온 스님들을 ‘산적 통행료’란 이름을 써가며 ‘산적’으로 비유하고 염치없는 사람들로 폄훼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천은사 입장료 폐지 협약식 때 마지막으로 인사말을 했던 구례군의회 의장의 말이 다시 생각난다.

“앞에서 좋은 얘기들을 다해서 저는 짧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천은사를 비롯해 화엄사 스님들께 고마워해야 합니다. 지역 발전과 주민들을 위해 큰 결정을 해주신 스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김민수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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