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마구치현 도코나미해변에 애절한 태평소 소리가 먼 바다로 흩어집니다.

바다에 잠들었던 넋들은 고향의 소리에 잠이 깨어 뭍으로 올라와 시련행렬을 따라 긴 행렬의 발걸음에 함께 합니다.

넋을 위로하고 천도를 발원하는 영산작법과 살풀이가 장엄하게 이어지고, 어린 학생들의 아리랑은 보는 이를 77년 동안 이어져온 희생자와 유가족의 마음을 울립니다.

관음종이 1942년 2월 발생한 조세이탄광 수몰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재를 13일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와 한국 유족회, 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회와 주호영 국회의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당시 수몰사고가 있었던 현장에서 봉행했습니다.

홍파스님/관음종 총무원장
((관음종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자비를 실천하고, 인도적 역할로 그늘진 곳에 등불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인간의 소중함과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일본 우베시 장생탄광 수몰사고 현장에 간절한 심정으로 서 있습니다.)

홍파스님은 77년이 지났지만 유해 수습은 물론 역사적인 외면에 일본정부는 물론 한국정부의 역할에 반문했습니다.

국회정각회 명예회장인 주호영 의원은 올바른 역사 기록을 위해 한일 양국 관계자의 노력을 강조했습니다.

주호영/국회 정각회 명예회장
(지금까지 이름조차도 잊혀 질 뻔했던 조세이탄광의 비극을 알리고 억울하게 떠난 분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지금까지 애써주신 한일 양국의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조선인 강제징용 희생자 136명를 포함해 일본인 노동자까지 183명의 유해는 아직도 차디찬 바다 속에서 봄을 맞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불교계와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역사를 새기는 회는 수몰사고의 희생자를 잊지 않고, 잊혀지지 않는 역사로 남기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며 유해 수습을 위한 유족들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손봉수/한국장생탄광희생자유족회 사무국장
(77년이란 세월을 바다 밑 진흙 속에 묻혀 한 많은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말을 잇지 못하고 있는데도 일본 정부는 모른척 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료코/장생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회 공동대표
(유골 발굴과 반환은 한반도에 계시는 여러분들의 한을 풀어 줄 것이고, 일본과의 원래부터 있어야 할 평화와 우호의 길로 인도해 줄 것입니다.)

수몰사고의 현장을 직접 본 후손들은 희생자들이 고통을 오롯이 느끼며 그날의 아픔과 지금까지 뭍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에 눈물을 훔쳤습니다.

강제징용 무연고 희생자의 유골환국을 종단 주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관음종은 세 차례 조세이탄광 희생자 위령재와 홋카이도 희생자 위령재를 봉행했습니다.

하지만, 묻혀진 역사를 알리고, 한일 양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선 국민적인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입니다.

일본 우베시에서 BTN뉴스 하경목입니다.

하경목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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