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취임 294일 만에 스스로 퇴진하면서 9개월여 임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행정수반으로 조계종 35대 집행부를 이끌었던 설정스님의 취임에서부터 퇴진까지 여정을 짚어봅니다.  이은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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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2일 조계종 35대 총무원장 선거에 기호2번 수불스님과 함께 출마한 설정스님은 선거인단 319명 가운데 234표를 얻어 73퍼센트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총무원장에 당선됐습니다.

수행가풍, 승풍진작, 종단쇄신, 승려복지 확대 등 종단운영 10대기조를 바탕으로 11월 1일 설정스님 체제의 35대 집행부가 공식 출범합니다.

설정스님의 행보는 종단운영 기조 10가지 중 서민과 약자를 위한 종단 기능 강화에서 숨 가쁜 첫걸음을 시작합니다.

취임 보름 만에 포항에서 국내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을 위로하고 피해복구 기금을 전달하는가 하면 조계종 긴급구호단을 파견해 재건을 돕고 장기화된 재난에 이재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처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찾아가 위로와 불교적 역할을 약속하며 꾸준한 지원을 이어가는 가하면 KTX여승무원, 무연고 희생자 등 우리사회 소외계층을 향한 관심과 지원을 놓지 않았습니다.

설정스님은 수행가풍과 승풍진작을 무엇보다 강조했습니다.

조계사에서 매일 새벽예불로 하루를 시작하고 현직 총무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직할교구 포살을 주관하며 초하루에는 조계사와 봉은사에서 대중법문으로 사부대중의 수행을 이끌었습니다.

취임 후 처음 맞은 종회에서 종단 화합의 첫걸음으로 멸빈자 사면 종헌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적의원 80명 중 찬성 35표, 반대 44표로 종헌 개정 이라는 큰 벽을 실감했습니다.

수좌 출신으로 종단 정치나 행정에선 한 걸음 물러나 부실장의 의견을 존중했지만 국민을 대신해 일하는 정치인들에게는 화합과 치우침 없는 정치를 강조하며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당보다 국민을 위해 일하길 당부했습니다.

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을 비롯한 1000여 불자들과 한반도 평화와 세계평화,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불교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총무원장 선거부터 불거졌던 각종 의혹이 5월 MBC PD수첩을 통해 방송되고 의혹을 규명하는 대응과 일련의 과정이 미숙했다는 지적과 함께 294일 만에 총무원장 직을 내려놓고 다시 본연의 수행자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습니다.

총무원장직에서 물러난 설정스님은 오는 24일 덕숭총림 방장으로 수덕사에서 하안거 해제 법어를 할 예정입니다.

지난 20일 설정스님을 예방한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은 방장 설정스님에게 하안거 해제 법어를 부탁드렸다고 밝혔으며 어제 설정스님을 예방한 수덕사 본말사 대중 60여 명도 이 같은 청을 드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묵스님은 BTN과 인터뷰에서 수덕사에는 설정스님 자리가 그대로 있고 대중들도 스님의 가르침을 기다리고 있다며 설정스님의 덕숭총림 방장으로의 복귀를 표현했습니다.
 BTN뉴스 이은아입니다.

이은아 기자  btnnews@b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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