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상징하는 연꽃, 나무 아래서 태어나고 깨달음을 얻고 또 열반에 드신 부처님의 일생처럼 불교에서 숲과 식물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경전과 고서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바탕으로 수행의 역할과 철학적 요소를 짚어보는 논문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불교와 식물연구, 어떤 관계와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이동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불교경전과 고서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식물들을 통해 누구나 교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까?

최근 이 물음에 답을 제시한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논문을 작성한 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은 ‘화엄경’과 ‘법화경’, ‘열반경’ 등 경전과 ‘삼국유사’에 나타난 식물들을 탐구하며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 냈습니다.

조사 대상에 수록된 전체 식물 종수는 총 122종, 특히 연꽃과 보리수, 천화, 대나무 등 가장 많이 언급된 식물을 대상으로 불교적 역할과 비유를 정리해 놓은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 원장에 따르면 ‘천화’의 경우 부처님의 설법에 등장해 ‘깨달음을 가시화하는 장엄의 도구’로 볼 수 있고 ‘화엄경’에 나오는 ‘벵갈 보리수’는 ‘부처님의 견고한 몸’을, ‘열반경’의 ‘망고'는 ’개화와 결실‘에 빗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비유는 역사적 의미를 넘어 식물의 가치와 역할을 재인식해 경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int-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부처님은) 설법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식물의 특징을 잡아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주까리’같은 경우에도 독성이 강한 식물이기 때문에 썩었을 때 굉장히 독한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거짓 수행자’나 어떤 잘못을 한, 나쁜 비유로...)
 
불교의 식물관을 정립하려는 시도도 엿볼 수 있습니다.

‘화엄경’의 근간이 된 연꽃과 보리수를 통해 모든 개체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관계성’을 이끌어 냈고 ‘법화경’의 ‘천화’는 실천성을, ‘삼국유사’ 속 ‘대나무’는 불국토를 향한 신라인들의 요소이자 ‘합일성’이라는 세계관을 도출했습니다.

특히 민 원장은 불교 전반에 내재돼 있는 논리를 바탕으로 식물의 역할을 확대해 ‘불교식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구현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int-민태영/ 한국불교식물연구원장
(깨달음의 기본이 되었던 것이 자연, 인간이외에 모든 것에 대한 존중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불교는 자연이다, 자연은 불교다’라는 결론을 짓고  특히 식물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경전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물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선사한 민태영 원장.

‘불교식물학’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꿈꾸는 민 원장의 연구결과는 학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근 기자  btnnews@btn.co.kr

<저작권자 © BTN불교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